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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김항덕 JB 회장의 결심, 25년만에 '매출 1조'로 결실

①1000세대→50만세대 공급, '중부도시가스'의 놀라운 진화

박기수 기자  2023-04-17 14: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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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종속기업 하나 없는 단일 기업이 작년 별도 기준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코스피에도, 코스닥에도 상장하지 않은 이 회사는 엄연한 사기업이지만 공적 영역의 사업을 30년 넘게 맡아오고 있다. 제이비(JB)의 이야기다.

JB는 옛 '중부도시가스'다. JB는 '중부'의 이니셜이다. 2018년 사명을 변경했다. 1992년 6월 3일 설립된 JB의 본사는 충청남도 아산시다. JB는 현재 충청남도와 세종시에 도시가스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출처: JB 홈페이지
JB의 뿌리는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있다. 유공이 1980년대 후반 도시가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1992년 천안과 아산 지역에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 세운 회사가 바로 JB다. 임직원 수 5~6명으로 시작한 JB는 삼성전자 온양공장, 현대차 아산공장 등 대기업 생산거점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외형을 점차 확장해갔다.

그러던 1998년 SK그룹에서 손길승 전 회장과 함께 고(故) 최종현 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김항덕 회장(사진)이 JB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대한민국 '에너지 1세대'인 김 회장은 1969년 선경(SK그룹) 입사 이후 유공 사장과 대한석유협회 회장, SK그룹 부회장, 회장대우 상임고문직을 맡는 등 SK의 전문경영인으로서 역사를 남긴 인물이다.

IMF 외환위기 국면에서 JB를 과감히 인수한 김 회장은 양적 성장에 나섰다. 2000년 7월 인구 밀도가 낮았던 논산·보령시 등 충청남도 지역의 도시가스 사업권을 획득하고 SK그룹 경영인이었던 유태표 전 사장을 영입하는 등 JB에 SK그룹의 '대기업 DNA'를 심으려 노력했다.

이후 공주·세종·논산 연무·부여 등 도시가스 공급처를 늘리고 소규모 택지지역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구역형 집단에너지(CES) 사업에 진출하면서 외형을 확장했다. CES 사업을 위해 열병합발전소도 건설했다. 현재 JB의 CES 발전소는 천안 청수와 아산 탕정지구에서 주택과 공공청사, 업무빌딩에 전력과 열을 공급하고 있다.


설립 당시 1000여 가구에 가스를 공급했던 JB는 어느덧 2017년에는 공급세대 수가 50만을 돌파했다. 손익계산서 상 숫자들만 봐도 JB의 성장세가 느껴진다. 외형 확장의 초기 단계였던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JB의 한해 매출은 682억원에 불과했다. 10년 뒤인 2010년에는 이 수치가 5001억원이 됐다. 이후 6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다 작년 LNG 사업 호황으로 매출 1조240억원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JB는 한국가스공사에서 도매로 가스를 들여오고 이를 사용자에 소매로 판매하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매출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 등 수익성 지표도 매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대부터 JB는 매년 100억~200억원대 영업이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으로는 275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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