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이마트가 지마켓을 인수한 시점은 2021년 말, 제대로 된 연간 실적 산출은 작년이 처음이다. 첫 연간 성적표에 찍힌 지마켓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655억원이었다. 이마트가 지마켓을 인수하며 그렸던 그림은 아니었다.
적자 원인은 적자를 불사하는 치열한 파이 싸움에서 비롯된다. 쿠팡과 네이버 등 '2강'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마케팅비와 물류 비용, 수수료 등을 아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매출보다 많은 매출원가와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 영업이익 적자가 나오는 논리는 간단했다.
해결법도 손익계산서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작년 지마켓의 매출은 1조3185억원이다. 매출원가는 1조392억원, 판관비는 344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합하면 1조3841억원이 나온다. 매출원가율은 78.8%, 판관비율은 26.2%다.
쿠팡과 비교하면 어떨까. EDGAR 공시에 따르면 쿠팡의 작년 매출원가율은 77.1%, 판관비율은 23.4%다. 쿠팡보다 매출원가율은 1.7%포인트, 판관비율은 3.2%포인트 높다.
1조3841억원 중 5809억원은 상품 매입액이다. 오픈마켓이 대표적 사업 모델이지만 지마켓 역시 직매입을 통한 사업도 단행한다. 5809억원은 대부분 직매입 비용이다.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가치 등에 직결되는 비용이다.
이어 '지급수수료'가 5045억원으로 직매입 비용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급수수료는 온라인 사이트 운영비용과 결제 수수료, 고객센터 운영 수수료, 물류센터 운영 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물류 인건비와 물류센터 운영비 등 지마켓의 스마일배송센터와 관련한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핵심 중 하나는 물류비용을 어떻게 감축하고 효율화할 것인가다. 지마켓은 작년 새벽배송을 종료하고 물류센터 심야운영을 축소하는 등 비용 감축 방안을 실행했다.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면서 비용 개선 작업에 나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마켓은 배송 및 물류에 대한 외부 의존도가 쿠팡 대비 높아 물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비중이 상당하다"라면서 "물류 프로세스를 효율화 작업이 비용 감축 과정에서 필수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외 지마켓의 노력은 매출 증가와 비용 감축이라는 근본적인 체질개선 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목표는 고객들이 지마켓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물건을 구매하도록 자체 애플리케이션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다.
공을 들이고 있는 작업은 '초개인화' 작업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지마켓 내 자체 AI가 고객 개개인을 분석해 고객 개인이 선호하는 제품이나 눈여겨 볼 법한 제품을 메인 페이지에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등 가격 경쟁사이트에서 유입되는 경로가 아닌 지마켓 자체의 애플리케이션 경쟁력을 갖추면 제휴사로 유출되는 수수료 등을 아낄 수 있다.
이외 작년 100명의 신규 개발자 채용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 관련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가령 예전에는 지마켓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고자 하는 회원이 물건 판매를 하려면 가입 승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승인이 필요 없이 가입만 하면 판매가 가능하다. 회원 가입을 위한 동선도 80% 이상 줄여 프로세스를 대폭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