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콜마BNH의 인사 스펙트럼은 넓다. 한국콜마그룹 내외부에서 분야별 전문가를 경영진으로 선임한다. 회사의 곳간을 책임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경우 외부 인사를 선호하는 가운데 필요에 따라서는 이사회 멤버로도 중용한다.
◇회계사 등 외부 출신 CFO 강세콜마BNH의 이러한 인사 기조는 지난 2015년 2월 코스닥 상장 이후 지속 중이다. 대표이사를 비롯해 부문별 임원 선임에 있어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중 CFO 역할을 책임지는 임원의 경우 외부 출신 인사를 주로 중용하는 분위기다.
경영관리 담당 전무를 거쳐 콜마BNH의 수장까지 오른 백인영 전 대표이사가 시작이다. 백 전 대표는 1982년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넥스트컴 대표이사와 썬키스 대표이사, ㈜C&T 상무이사 등을 거쳐 콜마BNH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상장 직후 회사의 재무조직 체계 등을 구축한 인물로 경영부문의 전문성도 두루 갖추고 있어 대표자리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대표의 뒤를 이어 경영관리 담당을 맡은 이종연 전 전무와 유동호 전 상무도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다. 이 전 전무의 경우 삼성엔지니어링에서 1989년부터 2015년까지 몸담았고 유 전 상무는 한영회계법인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외부 출신 인사를 선임하는 기조는 현재 CFO 역할을 맡고 있는 조영주 상무까지 이어졌다. 조 상무는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2005년부터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기 시작했고 지난 2021년에 콜마BNH 경영기획본부장에 올랐다. 내부회계관리자와 공시책임자도 함께 맡고 있다.
경영기획본부장에 오른 지 1년이 지난 현재는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상태다. 콜마BNH는 이달 28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회사는 투명하고 정확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 등 기업재무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사회 '재무콤비' 배턴 터치조 상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될 경우 이사회 내 재무콤비의 명맥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는 김병묵 공동대표이사와 유동호 전 상무가 합을 맞췄다면 올해는 조 상무가 유 전 상무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셈이다.
김 대표의 경우 2016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콜마의 인사지원본부 부사장으로 입사하기 전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의 CFO를 지낸 인물이다. 오랜 기간 삼성엔지니어링의 안살림을 맡았으며 회사의 성장을 지원한 역량을 인정받아 한국콜마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그가 경영과 재무의 전문가인 만큼 콜마BNH 이사회에는 사실상 2명의 CFO가 배치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이를 계기로 향후에는 이사회에 재무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선임할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사회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업무의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실제 콜마BNH는 그동안 CFO 역할의 임원을 공식처럼 이사회 멤버로 선임하지는 않았다. 외부 출신 인사를 등용한다는 기조는 이어졌지만 등기임원에까지 오른 인사는 상장 이후 백 전 대표와 유 전 상무 2명이 전부다.
백 전 대표 이후의 이사회 내 재무담당 임원의 공백도 길다. 백 전 대표의 경우 지난 2015년까지만 곳간을 책임졌다. 유 전 무가 사내이사에 오른 시기가 2021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의 재무전문가 이사회에 재입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6년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 전무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이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콜마BNH가 2020년 7월부터 음성 3공장 신설과 세종 3공장 건립, 마스크 제조기업 '콜마스크' 인수 등을 연이어 진행하고 있는 만큼 관련 사업을 위한 후방 지원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중심의 글로벌 사업에 필요한 재원 확보도 그가 컨트롤해야할 임무 중 하나로 꼽힌다.
콜마BNH 관계자는 "조영주 상무는 회사의 경영기획본부장인 동시에 회계와 재무의 전문가"라며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과 기업공시를 통해 재무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