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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발행사 유동성

한화·DL '효자'서 '아픈 손가락'으로

③여천NCC, 투자·배당 중단 불구 현금흐름 ‘마이너스’

이경주 기자  2023-02-16 14:01:18

편집자주

고금리 지속과 경기침체 우려. 2023년 우리 기업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소를 넘어 중견사들까지 유동성 관리에 불이 떨어졌다. 저금리 시기 빌린 수조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투자자들은 외면하고 있다. 그 와중에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THE CFO는 주요 중견사들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대응 전략을 취재한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절반씩 지분을 들고 있는 합작사다. 지금 겪고 있는 ‘이중고’는 주주사들에게도 고민이다.

주요 제품인 ‘기초유분’ 원재료 가격이 안정되고 경기가 좋을 땐 여천NCC는 효자였다. 영업으로 창출한 수천억원의 현금을 주주사들에게 배당으로 올려보냈다. 설비투자를 병행하느라 자금이 부족하면 대규모 차입 일으켜 충당했다. 주주사에 대한 헌신으로 재무부담은 점차 누적됐다.

작년 실적이 꺾이자 여천NCC는 배당도 투자도 중단했다. 그럼에도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 FCF)는 마이너스다. 주주사들은 합작관계 청산을 고려할 정도로 효율성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5년 연속 FCF 마이너스…번 돈은 모두 배당한 결과

여천NCC는 최근 5년 동안 공격적인 배당을 해왔다. 2017년 4000억원, 2018년 8600억원, 2019년 1400억원, 2020년 3300억원, 2021년 3400억원 등이다. 5년간 총 2조700억원, 연평균으론 4140억원이다.

영업으로 번 현금을 거의 배당에 쏟아 부었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는 2017년 7288억원, 2018년 4921억원, 2019년 5122억원, 2020년 3722억원, 2021년 467억원이다. 5년 간 총 2조1520억원, 연 평균으론 4303억원이다.

NCF는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이자와 법인세, 운전자본투자 등을 제한 수치다. 영업활동을 하며 벌고 쓰면서 최종적으로 남긴 현금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천NCC는 대형투자도 병행했다. 자본적지출(CAFEX)은 2017년 434억원, 2018년 1084억원, 2019년 3875억원, 2020년 5692억원, 2021년 2593억원이다. 5년 간 총 1조3679억원, 연평균 2735억원이다.

스스로 감당할 능력(NCF)을 넘어서는 돈을 써온 셈이다. FCF가 마이너스(-)가 된 이유다. 2017년에는 2853억원으로 양수였지만 2018년엔 -4763억원, 2019년 -152억원, 2020년 -5270억원, 2021년 -5525억원이다. FCF는 NCF에서 자본적지출과 배당액을 뺀 수치다. FCF가 음수라는 것은 소요자금 충당을 위해 조달이나 자산매각 등 다른 수단을 강구했다는 의미다.

여천NCC는 차입으로 부족분을 채웠다. 총차입금은 2017년 말 5705억원에서 2021년 말 1조5823억원으로 3배 가량 늘었다. 그만큼 재무부담이 커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도 23.2%에서 44.1%로 20.9%포인트(p), 부채비율은 58.9%에서 181.3%로 122.4%p 상승했다.

작년 대규모 영업손실(3분기누적 2624억원)을 기록하고 차입처인 금융시장마저 불안정해지자 여천NCC는 배당을 중단하고, 투자는 최소한으로 유지했다. 지난해 3분기누적 자본적지출은 349억원에 그친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FCF는 -554억원이었다. 또 차입을 해야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총차입금은 1조9447억원으로 전년 말(1조5508억원)보다 4000억원 가량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사채 시장 문턱이 높아지자 올 차환이나 상환에 대비해 은행대출이나 사모채로 우회해 미리 현금을 쌓아 둔 결과다.

그러나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231.2%로 전년 말(181.3%)보다 50%p, 차입금의존도는 57.2%로 전년 말(44.1%)보다 13.1%p 또 한번 크게 뛰었다.



◇중장기 배당 여력 축소…효율성 고민, 합작 청산

신용평가업계는 올해도 FCF가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 상반기까지는 NCF가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탓이다. 기존 차입 차환 대응을 넘어 신규 차입을 강요받을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가장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현금성자산(2746억원)과 영업활동현금흐름 등 1년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원천은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7900억원)과 향후 예정된 CAPEX, 이자비용 등의 자금소요 대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주주사입장에선 당분간 배당을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올 상반기 말에는 신용등급(A+)이 한 노치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이자비용을 높이는 악재다. 중장기 수익성과 배당여력이 축소된다는 의미다.

주주사들은 합작관계 청산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간 재무안정성 훼손을 방관한 배경이 합작관계에 있다. 각자 3대 3비율로 이사를 선임해 서로를 견제했다. 그 결과 안정적 성장보다는 이익배분을 우선하는 구조로 의사결정이 됐다. 합작을 청산하면 각자 중장기 비전에 따라 완급을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청산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 발행한 회사채에 ‘최대주주변경 제한’ 요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사채권자들과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여천NCC 관계자는 “합작 관계 청산은 주주사들이 검토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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