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근 JB금융 경영기획본부장(CFO·부사장)이 취임 직후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JB금융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결산배당 확대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양측이 주주총회 표대결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재무를 총괄하는 송 부사장은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은행권 제도개선TF가 변수로 추가됐다. 제도개선TF는 최근 경기대응완충자본과 스트레완충자본 제도 도입을 시사했다.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 가중이 불가피하다. 송 부사장은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얼라인과의 표대결 승리가 더욱 절실해졌다.
◇'경기대응·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시 부담 가중송 부사장은 오는 30일 JB금융지주 주총에서 취임 한달 만에 데뷔전을 치른다. 하나은행, 하나카드를 거쳐 STX엔진 사장을 지낸 그는 김기홍 JB금융 회장을 보좌해 재무 전략을 수립하는 중책을 맡았다. 얼라인과의 갈등 국면을 타개하고 재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그에게 주어진 첫 임무다.
얼라인은 JB금융에 배당 성향을 33% 수준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JB금융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한 배당 성향은 27%로 전년 대비 4%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얼라인은 결산배당을 주당 900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했고 JB금융 이사회는 원안인 715원을 가결시켜 달라며 주주 표심을 모으고 있다.
배당 성향 결정은 주주환원 정책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CFO가 주축이 돼 수립하는 그룹의 성장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JB금융은 김 회장 취임 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연 7~8% 수준의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계획보다 배당을 늘릴 경우 성장 방식과 목표치 수정이 불가피하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 부과되면 송 부사장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금융 당국은 지난 16일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신용팽창기에 0~2.5% 수준으로 자본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그간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적립 수준이 0%였으나 당국은 올해 적립 의무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당국은 스트레스완충자본 제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은행이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자본적정성을 점검하고 있으나 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스트레스완충자본 제도가 도입되면 테스트 결과에 따라 금융 당국이 추가 자본 적립을 요구할 수 있다.
◇제도개선TF, '이해관계자' 관점 주주환원 강조자본적립 의무 강화로 주주환원 확대에 따른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배당 산정 근거가 되는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가 한층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CET1비율 상위권 금융지주와 달리 JB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 11.5% 수준이다. 제도개선TF의 자본적정성 제도 정비로 JB금융은 주총 표대결 승리가 더 절실해졌다.
송 부사장은 배당 확대에 대한 금융 당국의 부정적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제도개선TF는 주주(Shareholder) 뿐만 아니라 국민과 금융시장참여자를 아우르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고려해 주주환원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주주환원 확대에 신중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올해 주총 표대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얼라인의 주주환원 요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얼라인은 JB금융 지분 14.0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14.61%를 보유한 삼양사와 큰 차이가 없어 과점주주 체제다. 중장기적으로 금융 당국과 주주를 모두 납득시킬 수 있는 재무 전략 수립이 송 부사장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