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 과정에서 시장 금리 상승을 여실히 체감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2021년 대비 작년 이자비용 부담이 확 늘어났다. 단시간 내에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변동금리부 차입금의 비중이 상당했던 것이 주 요인이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온은 작년 연결 기준 차입금 이자비용으로 1909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237억원 대비 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우선 2021년 말부터 1년 동안 차입금의 총량이 크게 늘어났다. 2021년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4조5390억원이었다. 작년 말 총차입금은 약 2.4배 늘어난 10조8151억원을 기록했다. 1년 동안 6조원이 넘는 차입금이 늘어난 셈이다. 총량이 늘었기 때문에 이자비용 상승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하필 차입금이 늘어났던 시기가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늘어났던 작년이라는 점이 뼈아팠다. 작년 초만 해도 미국 기준금리는 0~0.25%였으나 연말 4.25~4.5%까지 급등했다. 국내 기준금리도 작년 초 1.25%에서 올해 초 3.5%까지 상승했다.
차입금 증가분 중 단기차입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도 SK온을 더욱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작년 말 단기차입금 잔액은 4조9390억원으로 2021년 말 4990억원 대비 약 9.9배 늘어났다. 전체 차입금 증가분 중 70.7%가 단기차입금 증가분이었던 셈이다.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은 매년 차환 이슈에 직면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최근 실리콘밸리뱅크(SVB) 뱅크런 사태 등으로 제한될 것이라는 시선이 짙지만 현 기준금리는 작년 말보다 높아진 4.5~4.75% 수준이다.
연준(Fed)이 '베이비 스텝'을 단행하면 기준금리 5%대 시대가 열린다. 작년 빌린 차입금을 차환하면 추가적인 이자비용 상승 가능성이 있다. 만약 금리가 1% 상승할 경우 SK온의 이자비용은 169억원 상승한다.
이외 외화장기차입금도 작년 말 3조9338억원으로 2021년 말 2조1397억원 대비 83.8% 늘어났다. 다만 장기차입금의 경우 국내·외 정책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비교적 '양질의 차입금'으로 분류된다. 포드와의 합작사 블루오벌SK는 켄터키주로부터 고용 및 임금수준 달성 시 상환의무가 소멸되는 정책자금 2851억원을 수혈받기도 했다.
SK온은 이자율스왑 등으로 시장금리 상승에 대한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여전히 변동이자부 차입금 금액이 상당하다. 작년 말 기준 SK온의 변동이자부 차입금은 2조8102억원으로 총차입금의 26%다.
변동금리부 차입금 비중이 점차 낮아진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SK온의 변동금리 차입금은 3조3646억원으로 총차입금 9조9388억원의 33.9%였다. 3개월 만에 변동금리부 차입금을 줄이고 총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췄다.
이자비용이 늘어나도 현금흐름 창출이 원활하면 리스크의 크기는 작아지겠지만 SK온은 아직 흑자전환이 요원한 상태다. 작년 SK온은 연결 기준 매출 7조6178억원, 영업손실 1조727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