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1·2대 주주로 나란히 서게 됐다. 언뜻 보면 글로벌화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주도권을 둔 2강의 대결로 비춰지고 있다. 다만 엄밀히 말하면 SM엔터테인먼트 내부에 '친 이수만 vs 반 이수만' 구도로 하이브와 카카오는 뒷배 역할에 가깝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운영방식이나 카카오의 피인수 자회사 운영방식을 보면 기존 인력을 최대한 유지한 채 상당한 독립성을 부여하고 있다. 하이브든, 카카오든 누구의 손에 들어가더라도 SM엔터테인먼트는 사실상 독립 레이블에 가깝게 운영될 전망이다.
◇하이브 vs 카카오?…친 이수만 vs 반 이수만
카카오가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반 이수만 구도로 기울어졌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이 다시 뒤집혔다. 하이브의 참전으로 무게추가 다시 친 이수만으로 기울어진 격이다. 일단 하이브가 확보하려 추진 중인 지분이 40% 수준이다. 얼라인파트너스, KB자산운용, 국민연금, 카카오 지분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다만 지분율만으로 지배력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 내달 주주총회에서 어느 쪽 이사진이 많이 선임되느냐에 따라 이사회 주도권이 달라진다. 주총 참여할 주주명단은 연말기준으로 폐쇄되는 만큼 아직 지분을 갖지 못한 하이브, 카카오가 직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하진 못한다.
만약 친 이수만으로 이사회가 기울어지면 카카오가 2대 주주 지분을 가졌다 해도 영향력 행사가 쉽지 않다. 반대로 반 이수만으로 돌아설 경우 하이브의 지분 매입과정에서 상당한 방해가 있을 수 있다. 결국 이번 경영권 분쟁은 친 이수만 vs 반 이수만 구도로서 하이브와 카카오는 뒷배로 역할이 제한된다.
시장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 이상으로 중요한 관건은 이사회 등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누가 장악하느냐다"며 "국내외 사례를 봐도 최대주주가 현 경영진과 분쟁에서 밀린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각 레이블별 아티스트 특성 유지…시너지 차원의 협업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하이브나 카카오 누가 이기더라도 SM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색깔이 확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단 두 회사의 운영체제가 피인수사의 색깔 빼기, 그룹색 입히기 등을 하는 타입이 아니다.
하이브는 쏘스뮤직이나 플레디스를 인수해 산하 레이블로 두고 어도어를 편입해 완전자회사로 만들었다. 각 레이블에서 선보이는 아티스트들은 각각의 색깔을 유지한다. 예컨대 어도어의 경우 SM엔터테인먼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이자 하이브 최고브랜드경영자(CBO) 출신인 민희진이 설립한 곳이다. 여기서 론칭된 걸그룹 '뉴진스'는 하이브보다 민희진의 색깔이 더 강하게 배여 있다는 평을 받는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 발굴과 계약, 육성, 그 아티스트에 맞는 악곡의 발굴, 계약, 제작을 담당하는 A&R(artists and repertoire)의 경우 고도의 창의성이 요하는 작업이라 본사에서 일일이 터치하지 못하고 하기도 어렵다"며 "멀티 레이블 체제는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아티스트가 출격하는 경우도 많아 모회사가 퍼블리싱 역할에만 집중한다"고 설명했다.카카오도 비슷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에 있는 스타쉽, 이담, IST 등은 모두 외부에서 인수한 회사들이다. 그러나 카카오 산하에 들어갔다 해서 이담의 아이유, IST의 에이핑크 등의 음악적 색깔이나 콘셉트가 바뀌진 않았다. 오히려 스타쉽은 '아이브'라는 히트 걸그룹을 흥행시키면서 위상이 높아지기도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지금까지 피인수한 회사의 경영진을 거의 그대로 두고 경영을 맡기되 그룹 차원에서 협업 시너지 정도만 손대고 있다"며 "어차피 SM엔터에 2대 주주로 들어가는 만큼 색깔을 바꾸거나 경영을 좌우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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