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물산 활용법 외에도 롯데그룹에는 유사 시 롯데건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든든한 뒷배들이 많다. 시장이 부여한 높은 크레딧과 빠른 현금회전력이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특징이다.
8일 기준 국내 신용평가 3사(△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을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등급은 A~AA급이다. 유동성 문제의 진원지인 롯데건설 역시 3사가 A+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금융사·공기업 등을 제외한 재계 기업들 중에서 사실상 최고 신용등급인 AA+다. 이외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롯데지주가 3사로부터 AA등급으로 평가 받고 있다. 호텔롯데와 롯데카드, 롯데쇼핑, 롯데물산, 롯데하이마트, 롯데렌탈, 롯데캐피탈은 AA-다.
물론 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와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인한 대규모 현금 유출 등으로 이어진 등급전망 하락은 부담 요소다. NICE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외 롯데하이마트와 롯데건설 역시 각각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미 롯데건설을 향한 자금 지원은 현재 진행형이다. 작년 말 20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주요 주주인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가 지분율만큼의 자금 지원에 나섰던 바 있다. 이외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우리홈쇼핑 등에서 단기 대여금을 끌어다쓰는 등 유동성 지원을 받았다. 이후 이뤄진 금융권 차입에는 롯데물산이 자금보충약정을 맺기도 했다.
지난 달 메리츠금융그룹과 맺은 1조5000억원의 투자계약에서도 사실 메리츠에서 지원받은 현금은 9000억원이다. 나머지 6000억원은 롯데정밀화학·호텔롯데·롯데물산이 후순위로 대출해줬다.
롯데건설은 올해 초 앞서 언급된 계열사들로부터의 대여금을 모두 조기상환했다. 현재 기준 롯데건설을 향한 그룹 차원의 지원은 △후순위대출 6000억원 △올 초 2500억원 회사채 발행 당시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 △사옥 담보 대출 3000억원 △금융권 4500억원 차입 당시 롯데물산의 자금보충약정 등이 있다.
이외에도 추후 유사 시 롯데건설이 만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추가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유력한 후보는 이미 다수의 자금보충약정을 맺었던 롯데물산과 캐시플로가 우수한 호텔롯데가 꼽힌다. 그룹 핵심이자 중추인 롯데케미칼이 꼽힌다. 이외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재무구조를 유지 중인 롯데정밀화학도 있다.
롯데물산은 임대료 수익 등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작년 3분기 말 기준 4000억원이 넘는 현금시재를 보유 중이다. 별도 기준 4185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회전이 뛰어난 호텔롯데 역시 작년 3분기 말 별도 기준 1조2884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지원군을 자처했던 이력이 있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2조2548억원과 49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인해 대량의 현금 유출이 예고돼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통 사업이 그룹 경영 중추 중 하나인 롯데그룹은 현금 회전이 매우 빠른 기업집단 중 하나"라면서 "건설에서 유동성 문제가 다시 한번 일어나면 지원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뒷배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