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에 2000억원 넘는 지분투자를 단행하면서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계약상 지위 및 권리와 의무를 양도할 수 있는 조항을 붙였다. 여차하면 인수주체를 카카오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국부펀드로부터 조 단위 투자유치를 받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금여력이 충분하다. 상장(IPO)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어 '몸 만들기'에도 적격이다. 아울러 SM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PD)의 지분이 출회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협력 주체, IPO 유력 후보군…1.2조 투자유치도 성공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에 총 2171억5200만원을 투입,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른다. CB 취득예정일자는 내달 6일이며 전환청구기간이 내년 3월 6일부터 8일까지 이틀 정도다. 사실상 인수 1년 안에 보통주로 전환할 용도다.
여기에는 발행사에 대한 사전 서면통지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게 계약상의 지위 및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양도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인수주체가 카카오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및 주요 자회사들과 플랫폼, 드라마, 공연, 일본 등 다양한 사업적 시너지 요소들이 많다. 이번 지분투자는 카카오가 나섰지만 사업협력의 주체는 사실상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더구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실탄을 마련했다.
게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스토리(웹툰·웹소설)콘텐츠, 영상콘텐츠에 이어 케이팝(K-Pop) 콘텐츠까지 주요 콘텐츠사업을 전 방위적으로 구사하면서 그룹의 '비욘드 코리아'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차기 IPO 후보군 계열사 중 맨 앞에 서있다. 기업가치 제고 등 몸 만들기 차원에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주체로 전환될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수만 지분 출회 가능성, 추가매입도 고려해야 일각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추가매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PD)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PD는 그간 그려온 경영권 매각의 그림이 어그러지자 가처분 신청을 통한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용인될 경우 지분 경쟁으로 인한 슈팅이 나올 수 있으며 용인되지 않는다면 카카오 혹은 제3자 매각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다.
만약 대주주 지분이 출회돼 다른 곳으로 간다면 카카오나 현 경영진으로선 불편한 상황이 연출된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 PD가 다른 유력 플레이어와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카카오로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이 PD나 다른 지분을 인수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SM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 말고도 카카오가 돈 쓸일은 많다. 작년 9월 말 별도기준 카카오의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자산은 7860억원이다. 처분해 현금화할 수 있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1조1968억원)까지 합치면 1조9000억원 상당이다. 2000억원 넘는 투자를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판교IDC센터 화재사고에 대한 보상,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역량 강화 및 확대를 위한 투자 등으로 지출할 곳이 줄을 서 있다. 조 단위 투자유치를 받아 곳간을 채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수주체로 나서는 것이 자본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안정적인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