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20여년 만의 대수술을 앞둔 SM엔터테인먼트에 남은 숙제는 없을까. SM은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방안 12개를 받아들였지만 메스가 비껴간 환부도 있다.
계열사 내부에서 등기이사 겸직이 지나치게 많다는 이슈가 대표적이다. SM이 매출의 상당량을 내부거래로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과도한 겸직이 적절한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사외이사 진용 '대변신' 앞뒀지만…사내이사는?SM은 최근 얼라인과의 합의에 따라 임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넘겼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을 최종 확정하며 주총 안건에는 얼라인 이창환 대표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역시 포함된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구성이 대폭 바뀔 전망이지만 사내이사진에 대해선 별다른 변화가 예고되지 않았다. SM은 2020년부터 이성수 최고경영책임자(CEO)와 탁영준 CMO(최고마케팅책임자)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박준영 CCO(Chief Creative Officer) 이사를 포함해 총 3명의 사내이사를 뒀다.
이중 이성수 대표는 SM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처조카다. SM에서 프로듀싱 조직인 A&R (Artist & Repertoire) 팀장, 프로듀싱 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 처음 음악제작 총괄로 이사회 멤버에 합류했다. 탁 대표의 경우 SM 말단 매니저에서 시작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으며 박준영 이사 역시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수만 총괄과 함께 했다. 사내이사 대부분이 이 총괄의 오랜 측근이거나 가족인 셈이다.
세 사람은 SM뿐 아니라 등기임원직을 여럿 겸하면서 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선 이성수 대표가 가장 많은 7개의 사내이사직에 올라 있고 탁영준 대표와 박준영 이사 역시 각각 5개, 4개 회사의 등기임원을 겸한다.
구체적으로 이성수 대표는 SM과 에스엠스튜디오스, 에스엠브랜드마케팅, 에스엠컬처파트너스, 미국 현지법인(S.M. ENTERTAINMENT USA Inc.), 중국 자회사 드림메이커, 에스엠유니버스 등에서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중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만 SM, 에스엠스튜디오, 에스엠브랜드마케팅 세 곳이다.
또 탁영준 대표는 에스엠스튜디오스, 에스엠라이프디자인그룹, 일본법인(S.M.ENTERTAINMENT JAPAN, Inc.), 에스엠컬처파트너스 등에서 등기임원 명단에 포함돼 있다. SM을 비롯해 에스엠라이프디자인그룹, 일본법인 등 3곳의 대표이사다. 박준영 이사 역시 SM을 제외하고도 에스엠타운플래너, 에스엠브랜드마케팅, 스튜디오광야에서 사내이사를 맡는다.
책임경영 차원이라 일축하기엔 겸직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SM이 내부에서 돈이 순환하는 지배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도 경영 투명성이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내부거래 매출 비중 21%…경영 투명성 취약실제 SM은 작년 3분기 말 특수관계자의 거래로 별도 기준 7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따라 영업비용으로 지출된 금액은 666억원이다. 비중을 따지면 각각 매출(3610억원)의 21%, 매출원가(2087억원)의 32%에 이른다. 이중 SM 사내이사들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에스엠브랜드마케팅, 드림메이커 등에서도 각 261억원, 59억원의 매출을 냈다.
지난해 주총에선 계열사 SM트루의 등기임원인 최정민 이사를 SM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가 과다 겸직을 지적한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최 이사는 SM글로벌 비지니스 센터장, 드림어스컴퍼니 이사로도 재직하고 있다. 드림어스컴퍼니는 음원 및 음반 유통을 영위하는 회사인데 SM은 이 회사를 상대로 2022년 9월 말 기준 154억원의 매출을 내고 142억원의 영업비용을 썼다.
최정민 인사의 선임건에 대해선 22개 기관투자가 가운데 얼라인을 포함해 7곳이 반대표를 냈다. 과도한 겸직이 우려되고, 사내이사 1명을 추가로 선임하는 까닭이 불명확하며, 후보의 약력과 활동내역을 검토한 결과 주주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였다. 결국 최 이사의 자진 사퇴로 안건이 철회됐다.
업계 관계자는 “SM의 케이스는 등기임원들이 단순 사내이사뿐이 아니라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회사가 많다는 점에서 부실 경영에 대한 의문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 밖에 없다”며 “과다 겸직은 통상적으로 이사회 독립성을 해칠 뿐 아니라 겸직의 목적이 급여 수령이라는 눈총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교적 최근 등장한 계열사 중에선 특히 에스엠컬처파트너스의 경우가 주목된다. 에스엠컬처파트너스는 SM이 신기술사업금융업자 형태의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을 목적으로 지난해 설립한 회사다. SM 임원인 장재용 최고전략채임자(CSO)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문제는 규모와 비교해 이사회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데 있다. 업계 전문가로 영입한 박성호 부사장(전 한국성장금융 팀장)뿐 아니라 SM 이성수 대표와 탁영준 대표까지 등기임원으로 올렸다. 사내이사만 무려 4명에 이른다. 투자업 관련 전문성이 없는 계열사 임원을 굳이 사내이사로 선임할 이유가 있느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CVC로 CJ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CJ그룹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에스엠컬처파트너스 사내이사진이 비대하다. CJ인베스트먼트는 CJ ENM 임원 출신인 김도한 대표가 CEO로 있지만 다른 사내이사는 투자역 심사 경험이 있는 김준식 이사 1명뿐이다. 이밖에 CJ 측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