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는 저서 '경제진보의 제조건'에서 산업부문을 제1차 산업(농림·어업 등), 제2차 산업(광공업 등), 제3차 산업(상업·교통·서비스업 등)으로 구분했다. 경제가 진보함에 따라 노동인구나 국민소득의 비중이 1차 산업에서 2, 3차산업으로 옮겨간다고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약 80년 전 나온 책을 다시 한 번 방증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SK임업이다. 50년간 뚝심있게 이어오던 주요사업인 임업뿐 아니라 부가가치 생산성이 더 높은 화장품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관련 원가 분석에 투입할 수 있는 재무회계 담당자를 뽑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임업은 최근 재무회계 경력직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4년제 대학교 졸업자로 유관업무 경력 5년 이상 8년 이하 보유자를 뽑는다. 특히 전략 수립과 실행을 위한 사업, 조직의 목표 설정 및 관리능력을 보유한 인재를 자격요건에 넣었다.
여기에 KICPA 또는 AICPA 자격 보유자, 경영·재무·회계분야 관련 전문 지식 보유자는 우대사항이다. 여타 기업들과 달리 경제·경영·회계학과 등 상경계열 전공자 조건은 자격요건으로 들어있지 않다. 다만 상경계열이라면 관련 전문 지식 보유자로 여겨질 수 있다.
담당업무는 법인결산 및 재무제표 작성 등 재무회계, 법인세 검토 및 세무 이슈 대응 등 세무회계, 자금 계획·보고 및 금융 업무 등 현금 관리, 신사업 원가 분석 등 사업 타당성 검토 등이다.
특이한 점은 재무회계 경력자 담당업무에 신사업 원가 분석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SK임업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SK임업의 전신은 서해개발주식회사로 1972년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설립했다. 최 선대회장은 충북 충주시 인등산에서 조림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에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민둥산에 가까웠던 인등산은 50년간 이어온 조림사업을 통해 울창한 숲으로 다시 태어났다.
SK임업은 기존엔 SK건설 아래 있다가 2012년 그룹 지주사인 SK㈜에 편입됐다. 탄소배출권 확보나 해외 조림사업 등 그룹의 ESG경영을 영위하기 위해선 SK임업이 지주사와 함께 있을 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SK임업은 베트남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등 관련 사업을 해외로도 확대하고 있다.
다만 SK임업이 ESG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회사가 존속하려면 '이윤창출'을 통해 사업성 증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SK임업은 충주 인등산에서 생산한 자작나무 수액 원료를 음료, 화장품 등 다각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발굴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수페'가 있다. SK임업이 키운 숲에서 채취한 자작나무 수액이 핵심 성분인 수페는 정제수 대신 자작나무 수액을 사용하고 있으며 피부에 유해한 화학성분은 포함하지 않는다.
2019년 피부임상시험센터를 통해 전 제품이 '피부 안정성 테스트 무자극 판정'을 받았다. 최근 피부에 유해한 성분을 제거했다는 의미의 '클린 뷰티'가 화장품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2021년 제품 포장부터 생산, 배출까지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한 제품으로 리브랜딩했다.
성분뿐 아니라 포장지도 100% 사탕수수 잔여물로 만들어진 친환경 지류 소재를 사용하고 생분해와 종이 재생이 가능한 콩기름 잉크로 제품 프린팅했다. 제품 용기도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코팅되지 않은 유리를 사용하고 재질별로 분해해 분리 배출이 쉽게 가능하도록 했다.
최근 수페 브랜드는 CJ올리브영 매장에 입점하는 등 사업성을 확대하고 있다. 자연에서 추출한 다양한 성분을 활용해 프리미엄 제품을 지속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려면 재무회계 단계에서 신사업 원가 분석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면서 "사업 타당성을 검증해 실질적으로 추진할 동력을 재무 단계에서부터 보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