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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 찬스 온전히 못 잡는 SK하이닉스

올 CAPEX 전년 절반 수준 예고…투자 증가분 세액공제 바라만 봐야

김형락 기자  2023-01-09 08:00:00

편집자주

기업의 투자·고용·영업활동은 세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절세는 CFO와 재무조직에게 주어진 숙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용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이익을 지켜내는 수문장 역할을 해내야 한다. THE CFO는 주요 기업 CFO와 재무 담당자들이 수립한 조세전략과 활동을 조명한다.
올해 설비투자 감소를 예고한 SK하이닉스가 정부의 세제 지원책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를 줄인 만큼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범위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는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절세 부문에서도 뒤처지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예고한대로 올 설비투자를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면 정부의 반도체 세제 지원 방안을 100% 누리지 못한다. 올 투자액이 최근 3년 투자액 평균치를 넘지 못해 정부가 투자 증가분에 세액공제율을 상향해도 SK하이닉스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3일 반도체 설비투자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세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올려 법인세 부담 덜어주기로 했다. 지난 3년 투자액 평균치보다 올해 설비투자액이 크다면, 1년간 한시적으로 증가분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을 기존 4%에서 10%로 올릴 예정이다. 이번달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시설투자 감소가 유력하다.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당시 올해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는 10조원 후반대로 예상했다. 올해 설비투자 계획은 최대 5조원 수준으로 추정해 볼 수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기계장치 등 보완 투자를 포함한 생산설비 투자는 총 12조915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를 줄이는 건 반도체 업황 하강 국면(다운 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3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수급 불균형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불균형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이를 앞당기는 차원에서 투자 축소와 가동률 조정하는 공급 측면 대응에 나섰다.

SK하이닉스 주력 제품은 D램과 낸드 플래시를 중심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성능과 수율을 향상하는 차세대 공정 양산 대응과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신규 클린룸 확보 및 기반 인프라 조성에 등에 집행한다. 모두 이번 세제 지원에 해당하는 항목들이다.


정부의 세제 지원안이 원안대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 SK하이닉스가 받게 될 세액공제 추가 혜택은 3500억원(공제율 상향 후 세액공제액에서 세제 개편 전 세액공제액 차감) 수준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투자에 5조원을 집행한다는 걸 전제로 산출했다. 해외 설비투자 등이 합산된 금액이라 정확한 세액은 아니다.

반도체 시설투자 공제율이 8%일 때 세액공제액은 4000억원인데, 15%로 상향 조정되면 공제액이 7500억원으로 늘어난다. 공제액이 늘어나는 만큼 SK하이닉스가 부담할 법인세는 줄어든다.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올해 시설투자액이 3년 투자액 평균치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설비투자액을 18조원으로 잡았을 때, 3년 평균 투자액은 약 13조7500억원이다. SK하이닉스의 생산설비 투자액은 2020년 9조8900억원, 2021년에는 13조3640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는 삼성전자는 투자 증가분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모두 챙기게 된다. 인위적으로 감산 정책을 펴지 않겠다고도 공언했다. 경쟁사의 반도체 공급량 유지는 SK하이닉스에겐 비보다. 수요가 주는데 공급이 일정하다면 공급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설투자와 법인세 감면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격차가 벌어지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절세 효과가 미미했다. 적용세율로 계산한 이론적 법입세비용과 실제로 손익계산서에 인식한 법인세비용 사이 차이가 크지 않다. 설비투자를 늘려도 세액공제 발생액은 1000억~2000억원으로 일정하다.

2021년 별도 기준 보면 법인세율로 계산된 법인세비용은 3조6005억원, 법인세비용 3조5632억원으로 373억원 차이다. 지난해 3분기 현금흐름으로 빠져나간 법인세 납부액은 2조7509억원이다. 법인세는 보통 과세 연도 1~12월에 벌어들인 수입을 기준으로 세액을 계산해 이듬해 3월에 신고·납부한다.

법인세 비용은 당기순이익뿐만 아니라 주주환원과도 연결된 항목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법인세 납부액이 빠진 뒤에 최종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24년까지 주당 1200원을 고정 배당금으로 정해두고, 추가로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를 배당으로 지급하는 배당정책을 수립해뒀다. FCF는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 취득금액을 차감해 구한다. 법인세 납부액을 줄여야 배당금이 커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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