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하강 국면(다운 턴)에도 자본적지출(CAPEX) 기조를 유지하는 삼성전자가 세액공제 혜택을 두둑이 챙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을 중심으로 매년 조 단위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DS 부문(D램, 낸드 플래시 등 생산) 시설투자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법인세 세액공제액이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올려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투자액 평균치보다 올해 설비투자액이 크다면, 증가분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은 4%에서 10%로 올릴 계획이다. 이번 달 중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매년 조 단위로 CAPEX를 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CAPEX는 대부분 반도체 시설투자다. 지난해 전사 시설투자액은 54조원으로 책정했다. DS 부분이 47조7000억원으로 88%를 차지한다. 나머지 6%(3조원)는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등을 생산하는 SDC 부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전사 시설투자에 33조원(DS 부문 29조1000억원, 디스플레이 부문 2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정부의 세제지원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삼성전자는 시설투자 규모가 가장 큰 DS 부문에서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누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DS 부문 CAPEX 변동폭이 제한적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인위적 감산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재차 밝혔다. 지난해 3분기 드리운 반도체 수요 위축보다는 향후 데이터센터 증설, 신규 CPU를 위한 DDR5 채용 증가 등 중장기적 수요 회복에 대비할 계획이다.
지난해 DS 부문 시설투자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추가 세액공제 혜택 규모는 약 3조7000억원(공제율 상향 후 세액공제액에서 세제 개편 전 세액공제액 차감)이다. 정부 세제지원안이 원안대로 시행되고, 삼성전자가 올해에도 지난해 수준의 시설투자를 집행한다는 걸 전제로 산출했다. 해외 설비투자가 합산된 금액이라 정확한 세액은 아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국내 반도체 설비 공사 수주잔액 기준으로 좁혀서 도출한 추가 세액공제 혜택분은 약 3600억원이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이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반도체 설비투자 금액(5조1903억원, 지난해 3분기 이후 수주액 포함)을 적용해 산출했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8%일 때 공제액은 4152억원인데, 15%로 상향 조정되면 공제액이 7785억원으로 증가한다. 공제액이 늘어난 만큼 삼성전자가 부담할 법인세는 줄어든다. 최근 3년 평균 투자액 대비 증가분에 10%를 공제하는 금액은 포함하지 않았다.
반도체는 수요에 대비해 클린룸을 확보해두는 게 관건인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적정 수준으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업황과 연계해 설비투자를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투자 기조 아래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는 중장기적 수요 대응을 위해 인프라 투자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고, 선단기술을 적용하는 설비투자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는 2019년을 기점으로 매년 증가세다. 2019년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 제시한 해다.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R&D(73조원)와 생산시설 확충(60조원) 등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표했다. 2021년에는 기존 투자계획에 38조원을 추가해 총 투자액을 171조원으로 확대했다.
DS 부문은 국내 신규 라인 투자와 미국 신규 파운드리 라인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평택캠퍼스를 반도체 클러스터이자 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전초기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는 평택사업장 3, 4기 인프라 투자와 극자외선(EUV) 등 선단기술 투자를 진행했다. 파운드리 사업은 수요에 신속·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 아래 EUV 선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미국 테일러(170억달러), 국내 평택사업장 생산능력 확대를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했다.
삼성전자는 세액공제 덕분에 적용세율보다 낮게 법인세비용을 부담해왔다. 2021년 별도 기준으로 적용세율에 따른 법인세비용은 10조6437억원이지만 세액공제(3조4207억원) 등으로 조정돼 손익계산서에는 법인세비용으로 7조7335억원을 인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현금흐름으로 빠져나간 법인세 납부액은 6조9000억원이다. 보통 법인세는 과세 연도 1~12월에 벌어들인 수입을 기준으로 세액을 계산해 이듬해 3월에 신고·납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