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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애널의 수다

여전채 스프레드 확대, 국토부가 부추겼다

⑧주택도시기금 환매 수요 급증에 수급 악화, 증권사 투자 축소도 악재

이지혜 기자  2022-12-29 14:39:19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여신전문금융사채권, 이른바 여전채는 자본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시장 분위기에 따라 스프레드(국고채와 금리 차이)가 가장 빨리 움직인다. 조금이라도 위기가 닥치면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호전될 조짐이 나타나면 스프레드가 곧바로 축소된다.

올해도 그랬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여전채 스프레드는 빠른 속도로 벌어졌다. 나이스P&I에 따르면 3년물 기준 국고채와 AA-여전채의 등급민평금리 차이는 지난해 말 80bp 정도였지만 1년 만에 250bp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여전채 스프레드 확대를 놓고 다른 해석도 나온다. 기관투자자의 투심 악화나 증권사 투자 축소 등은 차치하고 국토교통부의 행보가 여전채 스프레드 확대의 주요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부의 주택도시기금에서 대규모 환매 물량이 나온 탓에 여전채 시장에 온기가 퍼지는 것을 막았다는 의미다.

◇국토부 주택도시기금 대규모 펀드 환매, 여전채 수급 ‘악화’

A: 올해 내내 국토부의 펀드 환매 얘기로 시끄러웠다. 국토부 주택도시기금의 펀드 환매 수요가 많아져서 여전채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거다. 가뜩이나 여전채 수급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국토부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B: 국토부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을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에 맡겨 운용한다. 대출금 등이 부족해지면 국토부가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등에 펀드 환매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국토부의 주택도시기금은 여전채 시장에 있어서 ‘큰손’이었다. 그런데 주택도시기금도 지금 펀드 환매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더라.

C: 그도 그럴 것이 주택도시기금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조성되는데,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줄고 해지는 빠르게 늘고 있으니까. 미분양 주택 수가 늘고 금리가 대폭 뛰는 상황에서 청약통장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시중은행 예·적금 이자가 꾸준히 오른 것과 달리 청약저축 금리가 낮은 점이 한 몫했지.

B: 앞으로도 국토부 펀드 환매 이슈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을 추경재원으로 활용했다. 청년주택 사업 등에 주택도시기금의 돈을 대량으로 풀기로 한 거다. 이 때문에 국토부의 펀드 환매 이슈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A: 국토부가 여전채를 사지 않으면 받아줄 곳 없는 여전채 물량이 시장에 계속 풀린다. 여전채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진 이유다.

◇증권사 여전채 투자비중 축소, 캐피탈사 부동산PF 이슈도 ‘한 몫’

B: 또 다른 큰 손이었던 증권사들이 여전채를 사지 않은 점도 스프레드 확대 배경이다. 국토부만 여전채 스프레드 확대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꼭 집어 말하면 국토부 입장에서도 억울할 거다.

A: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진콜 이슈가 발생하면서 증권사들이 파생결합증권으로 조달해 운용하는 ‘헤지자산’ 중 여전채 비중을 대폭 줄였다. 그동안 증권사의 ELS, DLS 쪽에서 여전채 투자를 많이 했는데 매수 비중을 순차적으로 축소했다.

C: 시장경색과 별개로 여전채 시장은 국토부, 증권사 등 수급악화로 스프레드가 더 벌어졌다는 의미다.

B: 캐피탈사 등 일부 여전사들이 부동산PF 관련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점도 여전채 투심 악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특히 A급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카드사는 AA급이 많은 데다 부동산PF 이슈가 없는 것과 달리 캐피탈사는 부동산 관련 이슈로 투자자의 우려를 많이 받았다.

A: 코로나19 때와 가장 다른 점이 그 지점인 것 같다. 코로나19 때는 부동산 이슈가 없었지만 지금은 심각하잖나. 시장이 좋아진다고 캐피탈채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보기는 역부족일 것 같다.

B: 맞다. 실제로 이미 카드채나 은행채 등을 향한 투자심리는 많이 좋아졌다. 이미 일부 카드사나 은행사들은 개별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여전채를 발행하고 있다. 여전채 수급 상황이 나빠진 가운데 캐피탈채와 우량 여전채에 대한 투자심리 양극화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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