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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애널의 수다

"숨통 트인 ABCP 시장, 정부정책 효과봤다"

⑤"중소형사 도덕적 해이 방지 위한 구조 잘 짰다", A1 상품은 벌써 '동났다'

이지혜 기자  2022-12-19 15:27:18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PF ABCP(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은 부동산PF를 기초자산으로 만기를 6개월~1년 이내로 설정해 발행된다. PF ABCP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2018년부터 우량 증권사들이 신용보강 주체로 나서면서 투자자는 우량물을, 증권사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했다는 니즈가 맞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22년 9월 말 PF ABCP 시장에 문제가 생겼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부동산PF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졌다. 여기에 레고랜드PF 사태까지 터지면서 PF ABCP 시장이 빠르게 경색됐다. 유동성 부족 문제가 불거지며 일부 증권사들은 ‘흑자 도산’을 우려할 처지에 몰렸다.

정부의 지원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이른바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로 불리는 1조8000억원 규모의 PF ABCP 매입 프로그램 등이 가동되며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지점은 어디였을까.

◇도덕적 해이 논란 불식, “구조 잘 짰다”

A: PF ABCP 시장을 쭉 지켜보면서 정부 정책 효과가 컸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증권금융이 전면에 나선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그냥 지원해주면 도덕적 해이 등 논란이 불거졌을 텐데 그런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를 참 잘 짰다.

B: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말하는 거다. 제2 채안펀드는 PF ABCP 시장이 경색돼서 유동성 확보에 애를 먹는 중소형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SPC를 세워서, 이 SPC 회사채를 발행하고 대출을 받으면 그 돈으로 중소형사의 PF ABCP를 사주는 구조다.

A: 제2 채안펀드가 중소형사의 PF ABCP를 그냥 매입해줬다면 분명히 특혜논란이 생겼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증권금융이 선순위로 참여하고 자기자본 상위 9개 증권사가 중순위 투자자로 참여, 지원받는 당사자인 중소형사가 후순위로 PF ABCP 매입자금의 25%를 떠안아서 그렇다.

B: 어찌됐든 지원받는 중소형사가 자신들의 PF ABCP를 끝까지 책임을 지는 구조니까. 도덕적 해이 논란을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난 거지.

C: 중소형사의 PF ABCP는 상대적으로 질 떨어지는 물건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물건을 매입하는 데 따른 손실과 책임을 중소형사가 결국에는 안고 간다는 거니까.

B: 사실 제2 채안펀드를 놓고 말이 많았다. 모험자본 투자는 증권사 고유의 업무 영역인데 이로 인한 위기를 정부나 다른 증권사들이 도와주는 게 타당하냐는 거다. 사실 이 말이 맞다. 그런데 중소형사가 넘어가면 그 타격이 연쇄적으로 대형사, 더 나아가 시장으로 번질 수밖에 없으니까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거다.

A: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이 정도라도 차단한 게 최선이었던 것 같다.


◇PF ABCP ‘안정화’, A1은 남은 물건이 없다

C: 확실히 정부 지원으로 시장 안정 효과가 있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가 신용보강한 A1짜리 PF ABCP 금리가 6% 후반까지 올라갔는데 지금은 6% 초반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한때는 금리가 15%, 12%짜리인 PF ABCP도 많았라. 근데 지금은 10% 정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A: 투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게 증권사 보증 PF ABCP였었지. 시장이 정말 안 좋을 때는 금리를 20%를 준다고 해도 안 받았었다. 특히 다올투자증권 같은 곳이 많이 힘들었을 거다.

B: 금리가 점차 내려가는 영향도 있지만 일단 ‘튀는’ 호가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시장이 안정된 게 체감된다. 20%같이 너무 급작스레 높은 호가가 튀어나오지 않으면 아무래도 시장 참여자들이 안도감을 많이 느낀다.

C: 호가가 튀는 물량이 줄어든 건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제2 채안펀드 등으로 정부가 급한 수요를 충족시켜 주면서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줄었을 거다. 시장 분위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급하게 던지던 물량도 많이 감소했을 거고.

A: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신용등급이 A1인데 대형 증권사가 신용보강한 물건은 진작 다 팔렸다고 한다. 신용등급이 A1에 살짝 걸쳐 있는데 지방지주계열인 증권사 물량이 좀 남아 있고. BNK투자증권이 대표적 사례인데 이런 증권사들이 신용보강한 물건들이 이제 팔릴까 말까 하는 상태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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