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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애널의 수다

"기대되는 연초효과, 발행 쏠리면 '양극화' 우려"

⑥연초 발행 급증, 분위기 급변시 우량채에 '쏠림'…"상반기 금리인상 여파 제한적"

이상원 기자  2022-12-19 15:41:18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채안펀드가 본격적으로 가동됨에 따라 꽁꽁 얼어붙었던 회사채 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최근 들어 공모채 발행이 재개되고 있다. 특히 모집금액 이상의 수요를 확보하는 데다 그중 일부는 언더발행까지 성공했다.

개선된 시장 분위기를 확인한 만큼 내년초부터 AA등급 이상의 우량채권 발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어김없이 연초효과가 기대를 모은다. 연초효과는 투자자들이 한해 치 투자금을 확보해 연초에 회사채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현상을 말한다.

다만 하반기 취소됐던 물량까지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연초효과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이 물량을 모두 받아주지 못할 경우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회사채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연초효과 얼마나 갈까…우려되는 '양극화' 현상

A: 채안펀드 지원과 퇴직연금의 이동은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걱정되는건 기업들이 하반기에 발행을 못했다. 대기업 계열사들도 발행을 미뤄왔다. 이를 감안해 연초에 너무 발행이 몰리는 것은 불안 요인이기도 하다.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오히려 너무 심하게 달릴까봐 걱정이다.

B: 연초 자산배분으로 채권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연초효과는 분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

C: 연초효과는 확실히 있을 것 같지만 얼마나 지속될 지는 모르겠다. 발행이 쏟아질텐데 과연 누가 다 담아줄까라는 생각은 아직 있다. 처음에 눈치 보면서 발행하면 증권사들도 당장은 우량채 위주로 인수할 것이다. 그 정도는 소화할텐데 점진적으로 발행량이 늘어나면 다 받아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 발행량이 많으면 연초효과가 생각보다 짧아진다. 올해는 연초효과가 한 2주 정도 밖에 안된 것 같다.

A: 물량을 받아줘야지만 치고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 곳이 약간 오버로 발행되기 시작하면 또 가다가 말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C: 연초에 물량 부담도 있지만 과거를 보면 양극화는 심해질 것 같다. 우량채만 상황이 좋아질 것이다. 일단 가격은 역대 최고다. 가격만 본다면 무조건 사야 한다. 금리가 심리적으로 꺾였다는 분위기가 있다. 이 분위기가 그대로 간다면 1월에 시장 분위기가 확 살아날 것 같다. 회사채 사기에는 괜찮은 분위기다.

B: 시장이 좋아지는 부분은 인정하는데 우량채가 널려있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물반 고기반인 셈이다. 그러면 좋은 것만 고를 것이다. 양극화가 되면서 비우량채만 남고 우량채에만 수요가 몰릴 것이다.

A: 시장이 계속 좋아져서 2~3분기에도 이 흐름이 이어진다는 믿음만 있다면 비우량채에도 따라갈 것이다. 하지만 시장 수요가 그렇게 강하지 않으면 비우량채는 그대로 안좋은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면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발행시장 '상고하저'…상반기 금리인상 기반영

B: 발행시장은 어쩔 수 상반기에 발행량이 많고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적을 수 밖에 없다. 패턴 자체가 연초부터 2분기까지는 여전히 많다. 그리고 7~8월에 줄고 11~12월에는 거의 없다. 하반기에는 사실상 거의 9~10월 두 달만 발행이 이뤄진다. 상반기하고 차이가 커서 발행시장은 무조건 상고하저일 수 밖에 없다.

A: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인상하겠지만 이미 반영되고 있다. 내년 기준금리가 3.5%라고 한다면 과거 기준금리와 국고채 3년물 스프레드가 20~30bp 였는데 이미 그 수준에 도달했다. 기준금리를 3.5%로 본다면 지금 금리는 적정수준이다. 여기서 더 내려가려면 인하 시그널을 보고 기준금리와 국고채 3년물 스프레드가 붙어야 한다. 결국에는 내년 하반기나 2024년 금리가 인하되면 그 시기가 올 것이다. 지금 금리가 내년 상반기 금리 수준에 붙어있어서 더이상 내려가기는 힘들 것이다.

B: 금리는 미국 연준이 인상을 멈추면 내려갈거다. 그리고 3년물은 가장 먼저 빠질거다. 미매각난 채권들도 다 사야 한다. 그동안 신용 스프레드가 벌어진 원인의 절반 이상은 자금 경색도 있지만 금리가 올라서 그렇다. 금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C: 지난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전만해도 한국은행 총재는 신용 스프레드 확대 원인으로 신용위험에 대한 부담보다는 긴축정책에 따른 유동성 부족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서는 시장도 수긍했다.

B: 10월 이후 스프레드가 확대된건 전체적으로 보면 레고랜드 사태로 비롯된 신용사태 때문이다. 지금 스프레드가 175bp인데 그때는 150bp 정도였다. 따라서 금리 때문에 확대된 부분은 40~50bp 정도다. 100bp는 금리 인상으로, 나머지 25bp는 레고랜드 사태로 확대된 것이다.

C: 스프레드가 안빠졌으면 이렇게 좋은 말도 못 한다. 어쨌든 내년에 좋아질 수 있는 요인도 있지만 연초에 시장 분위기가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양극화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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