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등급전망에 '부정적'이 달렸다. 일부 계열사는 A등급으로 강등 위기에까지 놓여있다. 국내 대기업 집단이 전체적으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롯데그룹 계열사의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적은 악화되고 있는 데다 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된 점이 반영된 결과다. 가뜩이나 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롯데건설 부진은 트리거로 작용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며 충격은 컸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의 자금 수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회사채 조달에 대해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크레딧 업계는 어떻게 보고 있는 지 더벨이 속사정을 들어봤다.
◇등급전망 줄줄이 '부정적'…기댈 곳은 채안펀드뿐
A: 내년에 회사채로 자금 조달할 때 가장 힘든 데가 사실은 A등급이다. AA등급하고 A등급하고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 똑같이 벌어졌다. 하지만 AA등급과 달리 A는 발행도 없고 거래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B: 지금 같은 상황에서 A등급은 더 올랐어야 했다. 시장이 돌기 시작하면 덜 오른 A등급은 스프레드가 덜 빠질거다. 투자자들은 AA등급 위주로 거래를 한다. 따라서 내년에 A등급을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AA라 하더라도 등급전망에 '부정적'이 달려있으면 그것 또한 쉽지 않다.
C: 맞다. 다 풀렸는데 롯데는 잘 돌아가지 않는다. AA등급이라도 잘 사지는 않는다.
A: 신용평가사가 등급전망으로 '부정적'을 달면 시장이 아무리 좋아도 운용사들이 안사게 된다. 시장이 풀린다고 해도 일단 '부정적'이 달리면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이럴수록 채안펀드가 필요하게 된다. 그나마 사줄데가 채안펀드 정도 밖에 없다. 발행하려고 수요예측하면 채안펀드가 절반 정도 사주면 나머지 절반은 알아서 채울 수 있겠지.
B: 내년에 미매각 안나게 하려면 채안펀드를 상당 기간 유지시켜 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내년 채권시장은 분명 양극화될거다. 잘되는 데는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 되겠지만 안그런 데는 채안펀드로 지원해줘야 시장이 더 빨리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성급한 청사진 발표, 대규모 투자계획에 신평사도 결단
A: 롯데그룹이 자금 수요가 커서 내년에 발행 준비를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등급 이슈 때문에 투자 수요가 많이 모이지 않을 수 있다.
C: 가능성은 둘중에 하나다. 당장은 AA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니까 채안펀드 지원을 받던지 아니면 시장이 아주 좋아져서 이런 기업까지 받아주는거다. 하지만 시장이 완전히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당장 채안펀드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B: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발표때 나이스신용평가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를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리면서 너무한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나신평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만으로 등급을 하향 조정하지는 않을 거라고 했었다. 그리고 롯데건설 지원해주면서 어쩔 수 없게 됐다.
C: 롯데그룹에서 너무 빅피처를 제시해서 그런것 같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투자 확대를 비롯해 앞으로 대규모로 투자를 할 거라고 했다고 한다. 굳이 그때 말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면서 신평사에서도 안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A: 롯데케미칼의 경우를 보면 석유화학 업황도 좋지 않다. 아무래도 이런 영향도 받았을 거다. 롯데건설에 5000억원 대여해주면서 논란의 여지는 없어졌다. 롯데그룹은 시장 포지션이 너무 커서 천천히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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