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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LS그룹 CFO 직무 키워드 '구매·신사업 기획'

①원재료 도입비용 관리 중요성 인식, '타당성 평가' 역량도 겸비

박동우 기자  2022-12-22 08:00:00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맡은 직책을 들여다보면 기업이 중시하는 과제가 드러난다. LS그룹 CFO들이 맡은 직책에서 돋보이는 키워드는 '구매'와 '기획'이다.

LS전선은 CFO와 최고구매책임자(CPO)의 직책을 통합했다. 구리 등 원재료 도입 비용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스코홀딩스와 E1의 재무 총괄 임원은 사업 타당성 검토와 평가 역량을 겸비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만큼, 적극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CFO·CPO 역할 통합

LS전선과 가온전선은 재경구매본부장을 CFO로 두고 있다. 이상호 LS전선 전무와 김명균 가온전선 상무가 CFO를 넘어 최고구매책임자(CPO) 직무까지 수행해왔다.

LS전선과 가온전선이 CFO에게 CPO 역할까지 부여한 건 원재료 수급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본업 특성과 맞닿아 있다. 두 회사는 전력 케이블과 통신 케이블을 제조하는 데 잔뼈가 굵다는 공통점을 갖췄다.

전선에 들어가는 주원료는 전기동(고순도 구리)과 알루미늄으로, 국제 시세와 환율의 등락에 따라 구매 가격이 좌우된다. 원재료 도입 단가의 변동성을 완화할수록 실적에 끼치는 영향이 축소되는 만큼, CFO의 업무 확대가 필연적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LS전선 관계자는 "경영진은 자사 주력 품목의 제조 원가에서 구리 등 금속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원재료 비용 통제와 재무 역량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CFO에게 재경구매본부장 직책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계열사도 CFO의 구매 분야 경력을 눈여겨본다. 윤성균 LS전선아시아 경영지원부문장은 원재료비 관리 전문성을 겸비한 실무진으로 오랫동안 활약했다. 윤 CFO는 LS전선에 몸담으며 △구미·동해구매팀장 △상품구매팀장 △시공구매팀장 등의 자리를 거쳤다.

전기동 생산에 특화된 LS MnM(옛 LS니꼬동제련) 역시 구리 매입 비용의 절감 중요성을 인식했다. 재경부문장으로 근무 중인 홍형기 상무는 구매물류부문장을 역임했다. 2017년에는 SCM(공급망 관리)통합부문장도 맡았다. 원료 구입부터 완제품 판매까지 단계별로 비용 효율화를 추진해 수익성을 향상하는 과업이 부여된 자리였다.


◇성장동력 육성 보조

LS그룹 일부 계열사는 CFO의 역량 가운데 '기획' 능력을 중시한다. E1과 예스코홀딩스가 돋보이는 사례다. 한상훈 E1 부사장은 경영기획본부장 직책에 올라 있다. 최세영 예스코홀딩스 상무는 기획재경부문장 업무를 수행해왔다.

두 회사가 재무 총괄 임원의 전면에 '기획'을 내세운 건 중장기 성장동력 발굴과 맞물렸다. 자연스레 CFO가 예산 수립과 타당성 검토, 자금 조달 기능으로 신사업 육성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최세영 예스코홀딩스 기획재경부문장은 사업 평가 전문성을 축적한 인물로 손꼽힌다. 2020년 사내 밸류매니지먼트(Value Management) 부문장을 역임한 사례가 방증한다. 재임 당시 최 부문장은 LS그룹에서 영위하는 사업의 가치와 경영 실태를 진단하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E1과 예스코홀딩스는 본업에 한정짓지 않고 미래 먹거리를 탐색하는 노력을 전개했다. E1은 액화석유가스(LPG) 유통을 영위하는 기업이지만, 최근 들어 △태양광 발전 △수소연료 충전 △전기차 충전 △풍력 발전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는 양상이다. 예스코홀딩스도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거쳐 수처리, 연료전지 발전, 건설 자재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E1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동력을 원활하게 육성하려면 CFO 역량이 연계되는 것이 필수"라며 "신사업 추진 조직과 재무 라인이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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