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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배터리 3사

벌어서 전부 투자…잉여현금 모두 '마이너스'

[유동성]⑧삼성SDI, 영업현금흐름 흑자 유일…SK온 유동비율 71% 불과

고진영 기자  2022-12-19 08:25: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앞다퉈 덩치를 키우고 있는 2차전지업계의 특징은 유동성 지표를 봐도 드러난다.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공통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음수를 나타내고 있다. 사업으로 창출한 돈을 모두 긁어 쓰고도 설비투자로 자금이 더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다.

재무구조가 비교적 좋은 회사로는 삼성SDI가 꼽힌다. 조심스런 투자기조 탓에 생산능력 확대는 더디지만 유동성 측면에선 덕을 봤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해 상장으로 쥔 자금 10조원이 현금악화를 상쇄했으며, 빠르게 크고 있는 SK온은 성장통으로 상환부담이 무거워진 상태다.

◇삼성SDI, NCF 2조지만…투자 커버 '역부족'

삼성SDI의 현금성자산은 올 9월 말 연결 기준으로 3조290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연말(1조9278억원)과 비교해 1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1조3000억원, 나머지는 금융상품을 포함한 기타 자산으로 이뤄졌다.

삼성SDI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를 고수하면서 배터리 3사 중 가장 뛰어난 현금창출력을 보이고 있다. 연간 순이익이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도 큰 폭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덕분에 연간 2조원 안팎의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을 유지 중이다. 올해의 경우 3분기 기준 영업현금흐름이 1조9775억원으로 3사 중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다.



문제는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만으로는 자본적지출(CAPEX)을 커버하기 버겁다는 점이다. 삼성SDI의 최근 5년 평균 CAPEX는 연 1조8000억원, 올해도 9월 말까지 2조원 상당을 사용했다. 경쟁사들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실제 영업현금흐름에서 CAPEX와 배당금 지급액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은 2012년부터 근 10년간 3개년을 제외하면 모두 음수 상태였다. 올해 역시 3분기 말 연결 기준으로 마이너스(-) 853억원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현금성자산이 증가세를 보인 이유는 그만큼 외부자금을 부지런히 끌어왔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총차입금은 2017년까지 1조원대였지만 이듬해 3조원대로 점프했다. 이후로도 계속 늘어나 작년 4조원을 돌파, 올해는 9월 말 기준 5조5877억원을 나타냈다. 2022년 차입한 금액만 1조5000억원을 넘는다.

앞으로도 2차전지 설비 관련 투자금 지출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올해 연말까지 CAPEX는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에도 2025년 공장을 가동하기까지 조단위 돈을 써야 한다. 전기차배터리 셀·모듈 생산공장을 짓기 위한 조인트벤처다. 올해 5월 계약을 체결했으며 투자금액은 25억달러에서 시작해 추후 31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현재 캐시플로우와 보유현금을 감안하면 투자에 쓰일 자금은 자체 충당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평가다. 이밖에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토지, 건물 등 유형자산이 9월 말 기준 3조원 규모이고 보유한 유가증권의 장부가액도 9조6000억원에 이른다.

◇LG엔솔, 잉여현금흐름 '6조 적자'…재고자산 급증

삼성SDI와 비교해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흐름은 상당히 줄기가 약한 편이다. 영업현금흐름이 작년 말 9786억원이었으나 올해 3분기 말 마이너스 1조427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영업현금흐름이 반대의 모습을 보인 이유는 운전자본 부담 탓이다.

우선 재고자산이 9월 말 기준 7조947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20년 3조원 규모였으나 작년 4조원을 넘었고 올해는 3조원 이상이 더 증가했다. 비용을 써서 생산은 했지만 제때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아둔 규모가 커졌다는 뜻이다. 재고자산의 대부분은 재품이나 반제품이고 원재료, 미착품 등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매출채권이 늘어난 것도 현금흐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일종의 외상으로 볼 수 있는 매출채권이 많아지면 영업이익은 올라도 사실 현금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3분기 말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채권은 5조2191억원으로 전년 말 2조9000억원 수준에서 크게 확대됐다.

반대로 외상을 주고 물품을 사는 매입채무는 추후 거래처에 지급해야하는 대금이 누적되고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당장은 돈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현금흐름에 도움이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매입채무는 올해 9월 기준 2조6000억원 정도가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현금유출을 방어하지 못했다.

현금흐름이 나빠진 상태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은 CAPEX로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출했다. 이 탓에 잉여현금흐름이 무려 마이너스 5조9498억원을 찍었다. 영업할동으로 현금이 새로 들어오기는커녕 6조원 규모가 빠져나갔다.

다만 올 초 기업공개를 통해 끌어모은 10조원의 실탄이 충격을 완화했다. 상장자금이 금고를 채운 덕분에 9월 말 현금성자산은 6조4006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5조원 가까이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가운데 9300억원은 은행예금, 1조2500억원을 현금등가물, 4조2000억원은 금융기관 예치금으로 넣어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으면서 현금흐름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투자비 증가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 유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 적고 부채 많은' SK온…추가 투자규모 14조

유동성이 가장 메마른 회사는 SK온이다. 9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3988억원으로 경쟁사들보다 적었다. 빚이 많은 탓에 유동비율도 71%에 그쳤다. 3사 가운데 유일하게 100%를 밑돌고 있다. 통상 유동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 위험 수준으로 간주한다.

올해 9월 말 영업현금흐름은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상태를 보였다. 적자규모도 1조4523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대동소이했다. 차이가 있다면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조30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냈는데도 운전자본 증가폭이 이를 깎아먹은 반면, SK온은 EBITDA 역시 적자(-4468억원)라는 점이다.

SK온은 현금흐름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2조7848억원의 CAPEX를 지출했다. 9월 말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조2371억원이다. CAPEX 규모만 봤을땐 LG에너지솔루션보다 적지만 상장으로 유치한 자금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3사 중 가장 전투적이다.



SK온은 총 23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인데, SK이노베이션에서 떨어져나오기 전인 2011년부터 지금까지 9조원을 조금 넘게 사용했다. 추후 14조원에 달하는 돈을 더 투자할 계획인 만큼 빠른 시일 내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로 1조3000억원을 조달하면서 숨통을 돌리긴 했다. 그러나 차입금 상환에만 써도 빠듯한 규모다. SK온의 총차입금은 9월 말 기준 9조9388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삼성SDI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올해 단기차입금의 순증 규모를 보면 4조5000억원 수준에 달했고, 반면 상환한 장기차입금은 96억원에 불과했다. 대출이 단기차입금을 중심으로 늘었기 때문에 총차입금의 60%를 넘는 6조원 상당을 1년 안에 갚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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