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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배터리 3사

'신중 vs 민첩' 경영기조 반영된 이사회 구조

⑦사외이사 없는 SK온, 상장 전 재편 불가피...사외이사 의장 선임 전무

고진영 기자  2022-12-12 08:17: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서로 다른 경영 기조는 이사회 운영에서도 드러난다. 확장보다 수익성 중심 경영을 하는 삼성SDI는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사외이사에 상당한 힘을 실었다. 민첩한 의사결정보다는 투명성과 신중함에 무게를 뒀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공격적으로 '벌크업' 중인 SK온은 사외이사를 아직 1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비상장사이긴 하지만 ESG 경영을 강조해온 SK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의외는 평가다. 빠르게 성장 중인 만큼 경영 효율성에 우위를 둔 방식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유일하게 대표이사가 이사회의장을 겸하고 있다. 이사회의장 분리 이슈에 있어서는 빅3 대부분이 각 그룹 기조에 따르면서도,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종의 특성 역시 반영했다.

◇LS엔솔만 대표이사-의장 겸직…"산업 불확실성 고려"

삼성SDI는 지난해까진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을 따로 두지 않았다. 그룹 성향와는 거리가 있었던 부분이다. 삼성은 SK와 함께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 케이스가 가장 많은 대기업집단으로 꼽힌다. 삼성그룹의 경우 2006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들이 처음으로 이사회의장에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기는 2016년부터 줄곧 사외이사가 이사회의장을 맡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2018년 3월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 2020년부터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와 달리 대표이사가 이사회의장을 겸직하고 있었는데 올 초부터 달라졌다. 전영현 부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나 이사회의장직을 맡고 최윤호 사장이 대표로 신규선임되면서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했다.

SK그룹을 보면 지주회사인 ㈜SK를 포함해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사외이사를 이사회의장으로 두고 있다. 2019년 초 최태원 회장이 SK㈜ 이사회의장에서 물러난 이후 이사회 중심 경영에 힘을 싣는 추세다. SK온의 경우 기타비상무이사인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가 의장,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다.

다만 엄밀히 말해서 삼성SDI와 SK온 모두 완전한 의미의 분리는 아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은 '이사회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의 뜻을 “경영진 또는 기타비상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이사회의장을 맡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전지가 아직 변동성이 큰 성장산업인 데다 기술적 이해가 바탕에 있어야 유연한 의사결정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하고 있다. LG그룹은 LG이노텍 정도를 제외하면 ㈜LG, LG화학, LG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가 모두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의 겸직 체제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신학철 부회장(이사회의장)과 김종현 전 대표이사의 분리 체제였다가 권영수 부회장이 2021년 11월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의장까지 같이 맡았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글로벌 무역분쟁, 공급망 불안, 원자재가 상승 등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며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매우 높게 요구되는 특수성을 고려해 권영수 대표가 의장을 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K온, 자산 19조 덩치에도 사외이사 'NO'

세부적인 구성을 보면 삼성SDI가 3개 회사 가운데 이사회 내 위원회를 가장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이뤄졌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의무적으로 둬야 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와 감사위원회 외에도 3개 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했다.

앞서 2011년까진 사추위와 감사위에 더해 경영위원회만 있었는데 2012년과 2014년 각각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추가했고 올해부턴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더해졌다. 특성상 전원이 사내이사인 경영위를 제외하면 모든 위원회의 과반이 사외이사로 채워졌다는 점도 견제기능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지속가능경영위와 내부위, 감사위는 전원 사외이사로만 이뤄졌다.



비슷한 규모의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 멤버는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으로 6명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사외이사가 이사 총수의 과반을 넘어야하는데 해당 요건에 못 미친다. 이는 올해 5월 사추위 위원장이던 안덕근 사외이사가 사임했기 때문이며, 회사 측은 사외이사 1인을 새로 선임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은 삼성SDI에 비해 단출한 편이다.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 직후에는 사외이사를 두지 않다가 지난해 6월 사외이사 4명을 선임하면서 사추위와 감사위 외에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증시 입성이 올해로 미뤄지긴 했으나 애초 작년 상장이 예정돼 있었던 만큼 이를 위한 준비작업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모체인 LG화학 역시 거대한 기업 규모와는 달리 위원회를 3곳만 두고 있었는데 지난해 4월 ESG위원회를 추가했다. 작년부터 모든 상장 계열사에 ESG위원회를 두도록 한 그룹 차원의 정책이 반영된 결과로, LG에너지솔루션도 비슷한 형태를 따랐다.

삼성SDI와 비교되는 또다른 측면은 LG에너지솔루션이 내부거래위와 ESG위원회에 사내이사를 1명씩 포함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 내부거래위에는 CFO인 이창실 전무, ESG위원회에는 권영수 부회장이 위원으로 올라 있다. 삼성SDI의 경우 내부거래위, 그리고 ESG위원회와 비슷한 성격의 지속가능경영위를 모두 사외이사로만 꾸렸는데 이와 대비된다. 경영진을 감시하는 기능이 강한 위원회라는 점에서 독립성에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경쟁사들과 달리 SK온은 아예 사외이사를 도입하지 않았다. 비상장사인 만큼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는 아니지만, 자산이 19조원에 육박하는 데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해온 그룹 분위기를 감안하면 다소 뜻밖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그룹의 다른 계열사를 보면 SK에코플랜트는 비상장사지만 상장사 못지않게 이사회를 꾸렸다.

SK에코플랜트는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각각 1명, 사외이사를 4명 선임해 3개 위원회를 운영 중이며 작년 3월엔 사외이사에 힘을 싣는 선임사외이사제도까지 도입했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를 소집하거나 경영진에 현안 관련 브리핑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SK온의 경우 SK이노베이션에서 이제 막 떨어져나온 데다 규모를 하루가 다르게 키우고 있는 만큼 사외이사 도입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의사결정의 신속함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없으니 내부감사 역시 감사위원회가 아닌 감사1인에게 맡기고 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김양섭 CFO가 현재 SK온 감사를 담당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SK온 지분 100%를 보유한 단일주주이다 보니 이사회도 투명성보다는 관리감독의 효율성에 중점을 둔 구조"라며 "하지만 자금조달을 위해선 수년내 상장은 시간문제라는 점에서 머지않은 시기 이사회 재구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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