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은 최근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가장 발 빠른 진화를 거듭하는 곳 중 하나다. 지난 2년간 이사회 내에 다수의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역량 측정지표(BSM)까지 도입한 금호석화는 이번에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는 이번 결정으로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도 크게 줄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건의 경우 올해 박철완 전 상무의 주주제안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금호석화는 거버넌스 고도화 정책을 이어간다고 밝혀 불필요한 해석의 빌미도 틀어막았다.
◇'재무·회계 전문가' 최도성 의장 금호석화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최도성 사외이사를 새로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고 15일 밝혔다. 금호석화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이사가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다는 것은 이사회 독립 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금호석화 등기이사와 대표이사를 겸해 온 박찬구 회장 말고는 그룹의 인물이 이사회 의장에 이름을 올린 일이 없었다.
대표이사에 방점이 찍혀있는 이사회 구성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다 지난해 6월 박 회장이 금호석화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이후부터는 백종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맡아 왔다.
다만 이번 최 의장 선임을 계기로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해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최 의장은 한국은행 금통위 위원,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등을 역임하며 30년 가까이 재무·회계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최 의장은 올해 2월부터 한동대학교 총장으로도 재직 중이다. 현재 금호석화 이사회 산하에 설치된 6개의 위원회 중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과 감사위원회·ESG위원회 위원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그라진 경영권 분쟁 불씨...ESG 등급 상승 가능성 솔솔이사회 독립 경영 체제를 맞은 금호석화의 앞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이 시작점이다. 당시 이사회 내에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을 통과시키고 ESG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등을 신설했다.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의무를 뛰어넘는 자발적 행보였다. 올해 7월에는 이사회 역량 측정지표 'BSM(Board Skill Matrix)'를 도입하고 각 이사가 어느 항목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세세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동종업계와 견줘서도 이러한 변화는 '파격적' 수준으로 꼽힌다. 전문위원회 등 이사회 규모 면에서 경쟁사(LG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들에 비해 앞서간다고 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가 진행된 건 금호석화가 유일하다.
독립 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이사회를 키워나가고 있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경영진 견제라는 이사회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 향후 금호석화의 지배구조(G) ESG 등급(현재 A) 개선까지 기대된다는 시선도 나온다.
무엇보다 금호석화는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다. 오너 3세 박준경 부사장은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진입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오너 경영진으로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주주친화 행보를 통해 기업 가치 제고의 시그널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이외에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추가 개선 사항을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