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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발행 한도 상향

박기수 기자  2022-12-09 15:59:18

편집자주

시장 전체를 '숲'으로 본다면, 시장 속 플레이어들인 개별 기업들은 '나무'입니다. THE CFO는 숲과 나무를 동시에 봅니다. Market View는 기사 형식에서 담아내기 부족했던 시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보다 생생하게 담는 콘텐트입니다. 금리·환율·제도 등 매크로한 이슈를 비롯해 개별 기업의 재무, M&A, 주가,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이슈를 업계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THE CFO가 전달합니다.

Topic한전채 발행 한도 상향

Summary

2022년 12월 8일 한국전력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늘리는 내용의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안(한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습니다. 이 안건은 여야가 상임위원회에서 합의한 개정안으로 본회의에서 수월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였지만 이례적으로 본회의에서 부결됐습니다. 재석 의원 203명 중 찬성 89명(43.8%),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과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표결에 앞서 환경운동가 출신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토론에서 "회사채 돌려 막기로는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라면서 "한전 적자에 대한 해결책은 전기요금에 연료비 등의 발전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전채는 2022년 국내 자본시장의 '블랙홀' 취급을 받았습니다. 한국전력은 올해 25조원 이상의 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작년 연간 발행액(10조4300억원)의 두 배를 넘기는 수준입니다. 한전채는 국채(AAA)와 다름 없는 초우량 등급 채권으로 평가받는데 이런 한전채가 AA등급과 비슷한 고금리로 풀려 자본시장의 자금을 모조리 빨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돈은 한정적인데 한전이 자금을 빨아들이니 자연스럽게 크레딧이 낮은 회사들은 발행 기회를 잃었습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기준금리의 급격한 상승이 있었습니다. 투자 심리가 축소한 상황에서 한전채는 더욱 시장의 고민거리였습니다.

한전이 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막대한 적자 때문입니다. 한전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손실은 21조83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규모가 19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자본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한전채는 이미 발행 한도에 막혀있는 상황입니다.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다고 한전법에 명시돼있는데 이미 이 마지노선에 다다른 셈입니다. 일단 채권을 찍지 않을 수 없으니 당장 이 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관 상임위에서는 여야가 합의했는데, 본회의에서 발목이 잡혔습니다.

정부는 12월 9일 한전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전기요금 정상화 로드맵을 조기 수립해 한전이 유동성 위기에 봉착되지 않도록 금융권의 협조도 구하기로 했습니다.

근본적 해결 방안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이 대표적입니다. 전기요금이 kWh당 50원 상승할 경우 한전 매출이 25조원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다만 전기요금 상승은 전 국민과 밀접하게 연결돼있는 사안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신중한 입장입니다.

Market View

증권사 관계자 A

발행 한도 늘리고, 전기 요금도 인상해야

사채 발행 한도만 늘려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전기요금 인상에도 정부가 공감하는 지 9일 전기요금 정상화 로드맵을 조기에 수립하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일단 사채 발행 한도 상향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우선 지금 상황에서는 한전이 더 이상 사채를 찍기 힘든 상황이니깐요. 사채 발행 한도를 상향하면서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나야 할 듯 합니다.

내년 초 임시국회 때 재발의가 되면 그 때는 통과가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또 이참에 정부가 전기요금 정상화에 대한 로드맵을 수립해 주면 한전 입장에서도 조금 수월해질 것 같고요. 또 전기요금을 인상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채 발행을 덜 해도 되는 환경이 마련되니 채권 시장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현 정부가 시장 안정책을 적시에 잘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전채 뿐만 아니라 단기자금시장 경색 등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 들이닥쳤던 여러 문제에 대해 시장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줄 정도로 과감한 정책 지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권 관계자 A

한전 스스로 불확실성 제거해라

한국전력 자체에서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자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전의 영업손실이 20조원 이상 발생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충당할 지, 현재 금리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채권 발행이 필요할 지에 대한 자체 전망치를 IR을 통해 밝혀 시장 내 드리워진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한전에서 일종의 '숫자'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한전 사채 발행 한도가 6배로 상향이 돼야 한다는 식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한전이 스스로 몇 배 상향이 필요한지, 6배라면 왜 6배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뤄져야 할 듯 합니다. 그 후에 현재 부채 구조와 금리 향방에 따라 자신들의 손익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적어도 2~3년의 전망치 정도는 내놔야 국민 설득이 용이하지 않을까요.

금융시장 참가자 입장에서 한전이 현재 시장에 민폐를 끼치고 있기 때문에, 금년 말 재무제표 뿐만 아니라 향후 1년에 대한 재무 전망을 공개해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한전은 상장사입니다. 시장에 민폐를 끼친 만큼 상장 기업의 일반 의무 외에도 좀 더 책임지는 자세로 영업 전망이나 재무 전망을 적극적으로 공개해주길 바랍니다.

전기 요금 인상은 필요해 보이지만 문제는 가처분 소득이 적은 사람들입니다. 요금 인상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예 기간을 두거나 혹은 일종의 바우처를 제공해 바우처로 요금 결제를 하게 해주는 연착륙 제도도 생각해볼 법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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