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사업에 주력하는 GS E&R이 김근일 상무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했다. 자금팀에 10년 동안 근무한 '재무통'이다. '탈(脫)석탄' 기조와 맞물려 친환경 전력 생산에 중장기 투자의 방점을 찍은 만큼, 자금 소요와 차입 만기에 대응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최근 GS그룹이 발표한 '임원 인사 명단'에 따르면 GS E&R은 신임 경영지원부문장으로 김근일 상무를 내정했다. 2023년 1월에 정식 부임한다. 2019년부터 CFO 직무를 수행한 김재룡 상무는 고문으로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9년생인 김근일 신임 경영지원부문장은 경남 진주 대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를 받았다. GS E&R에 입사한 이래 재무 관련 직책을 역임했다. 2011년 자금팀장에 오른 뒤 회사채 발행 등 조달 실무에 매진했다.
김근일 상무가 임원에 오른 시점은 올해다. 2022년 초 GS E&R은 당시 김재룡 경영지원본부장(CFO)을 보좌하는 기구로 재경부문을 신설해 한시 운영했다. 조직에는 자금팀과 회계팀을 편제했다. 자금팀을 10년간 이끌었던 김근일 상무가 재경부문장을 맡았다.
자회사의 재무를 총괄한 경험도 갖췄다. 올해 4월에 GS포천그린에너지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GS포천그린에너지는 2014년에 출범한 기업으로, 경기도 포천 지역에 집단에너지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데 주력해왔다.
GS E&R은 전력 생산에 특화된 회사로, △열병합 △석탄 △풍력 등을 활용한 발전 사업을 전개해왔다. 정유사에서 사들인 휘발유·경유 등을 일반 기업이나 주유소에 공급하는 데도 잔뼈가 굵다. 연결 기준으로 2021년 매출 1조6259억원, 영업이익 1618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8740억원, 영업이익 1836억원을 시현했다.
친환경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데 미래 투자의 주안점을 뒀다. 국내외에서 탄소 중립 정책이 이어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GS E&R의 연간 실적에서 화력발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웃도는 만큼,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됐다.
그룹의 신사업 기조에도 부응한다. 올해 상반기 GS그룹은 에너지 부문에 5년간 1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상세한 집행 계획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여기에는 GS E&R의 신재생발전 투자도 함께 반영됐다.
자본적 지출(CAPEX) 확대에 대응해 재원을 조달하는 게 김근일 상무의 과제다. GS E&R의 CAPEX 추이를 보면 2019년 1757억원, 2020년 521억원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74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3분기 누적으로 818억원을 투입했다.
상환과 차환 이슈 역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합산한 유동성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5235억원이다. 하지만 1년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이 5191억원이다. 산업은행, 농협 등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 자금 가운데 만기가 1년 이내인 금액이 2992억원이다. 책정된 이자율은 3~4%대에 집중됐다.
2020년에 차환 목적으로 찍어냈던 회사채 물량 2200억원어치도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당시 발행 금리는 각각 1.7%와 2.4%였다. GS E&R은 발전 사업의 수익성 덕분에 A+의 신용등급을 평가받는 회사다. 다만 최근 회사채 시장 위축과 금리 상승을 감안해 조달 비용을 절감하는 게 김근일 상무의 다른 숙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근일 상무는 무던한 성격을 갖춘 인물로, 주어진 과업을 조용하게 처리하는 자세를 겸비했다"며 "친환경 발전 사업을 둘러싼 재원 마련, 회사채 만기 도래 등의 당면 과제에 성실히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