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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뿐인 자본, 신종자본증권

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 자본잠식 문턱은 높였지만

⑩2년 뒤 금리 가중 콜옵션 압박, 상환 땐 시한부 자본 확충 불과

김형락 기자  2022-11-28 08:27:31

편집자주

흥국생명이 2009년 우리은행 사례 이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면서 자본시장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불었다. 금융당국까지 나서면서 사태를 진화했고 결국 흥국생명은 입장을 번복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혹은 그 이상이고, 발행사가 자기 의지대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돼 그 특징을 토대로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흥국생명 사태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진정 자본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THE CFO가 조명하고자 하는 곳도 이 지점이다. 더불어 금융사보다 발행 규정이 느슨한 비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은 취지대로 발행되고 운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운영)와 메가박스중앙은 지난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잠식을 피하면서 유동성도 확보했다. 결손금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대주주 자본 출자 없이 재무제표상 자본을 불릴 방안을 찾아야 했다. 영화 상영사업으로 현금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시기 신종자본증권이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였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여전히 자본잠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에 계상해 자본잠식 진입 문턱을 높였지만, 이를 자본에서 제외하면 완전 자본잠식에 들어간다.

신종자본증권으로 만들어 놓은 자본 버퍼마저 유효기간을 길게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금리가 일반 회사채나 금융기관 차입금보다 높은데다 발행 2~3년 뒤 스텝업(금리 가산) 조항까지 붙어 있다. 이자비용 상승을 피하려면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하지만, 자금 운용 형태는 만기 2~3년짜리 일반 회사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에게 신종자본증권 만기를 연장하고 일정 요건 충족 시 이자 지급을 연기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지만, 명목상 권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앞서 신종자본증권 스텝업이 도래한 CJ CGV는 차환으로 조기상환 자금을 마련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내후년부터 기존에 발행해 둔 신종자본증권에서 스텝업이 차례로 발효된다. 발행사에 주어진 선택지는 한정적이다. 보유 현금으로 조기상환해 자본 차감을 감수하든지, 또 다른 자본성 조달로 차환해 자본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대주주 주도로 증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다시 스텝업이 따라오는 신종자본증권에 의지해야 한다.




◇ 롯데컬처웍스, 차환으로 조기상환 대비…회계상 자본이지만 운용은 회사채처럼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비슷한 시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코로나19 발발(2020년 2월) 1년 뒤인 지난해부터다. 2020년부터 영업활동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했다. 리스부채 계상과 실적 부진 여파로 차입이 늘어 재무안정성 지표는 저조했다. 자본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은 재무 부담을 덜어줄 조달 수단이었다.

롯데컬처웍스는 차입금 상환대금 마련이 급했다. 2020년 말 별도 기준으로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 총 1525억원(단기차입금 1400억원, 유동성 장기차입금 125억원)이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막힌 상황에서 그해 말 현금성 자산(기타 금융자산 포함 1726억원)으로는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대응이 어려웠다.




자본 보강도 미룰 수 없었다. 지난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자본총계는 1196억원, 부채총계는 1조239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037%이었다. 2019년부터 이어진 당기순손실로 이익잉여금이 바닥나 결손금이 누적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1분기에도 당기순손실(431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이 깎여 나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최대주주인 롯데쇼핑(롯데컬처웍스 지분 86.37% 보유)은 자금 대여로 유동성을 지원했다. 지난해 9월 롯데쇼핑 이사회에 롯데컬처웍스 재무 현황이 보고됐고, 12월 단기 대여금 500억원(이율 2.8%)을 내려줬다.

자본을 보강할 방안은 롯데컬처웍스 스스로 찾아야 했다. 지난해 6월 제5회 사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400억원, 발행 금리 4.2%)을 발행해 자본 확충 물꼬를 텄다. 그해 12월 제6회 사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1000억원, 발행 금리 5.3%)도 찍었다. 신종자본증권 평가등급이 A에서 A마이너스(-)로 내려가 금리 조건은 불리해졌다. 지난 2월 제7회 사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300억원, 발행금리 5.6%)을 추가로 발행했다.

자본잠식 길목에 있던 롯데컬처웍스에게 신종자본증권 회계 처리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으로 신종자본증권 잔액(1400억원)을 부채 분류하면 자본총계가 51억원으로 줄어 납입자본금(244억원)에 못 미치는 부분 자본잠식에 처하게 된다. 지난 3분기에도 신종자본증권 자본 가세 효과를 제거하면 자본총계는 -187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다.




롯데컬처웍스는 회계 처리 기준상 자본 분류 요건을 갖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와 이자 지급을 연기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발행사가 가지고 있다. 변제 순위는 자본을 댄 주주가 아니라 자금을 빌려준 회사채 투자자에게 맞췄다. 무보증 사채와 같은 선순위다.

자본잠식은 모면했지만 신종자본증권을 무기한 자본에 올려두는 건 무리다. 발행 2년 뒤부터 금리가 계단식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되도록 스텝업 전에 상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롯데쇼핑이 증자 참여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새로운 신종자본증권으로 차환 외에는 뾰족한 수는 없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보유 자금과 차환으로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라며 "재무구조, 자금 상황을 고려해 추가 자본 확충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메가박스중앙, 신종자본증권 제외 시 완전 자본잠식…차환만으로 역부족

메가박스중앙도 신종자본증권을 손쉽게 상환하기 어려운 처지다. 지난 3분기 말 자본총계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잔액(800억원)이 빠지면, 자본총계는 -214억원(콘텐트리중앙 연결 기준)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단기간 내에 흑자 전환이나 추가 자본 확충이 불가능하다면 자본잠식을 면하기 위해선 신종자본증권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자본으로 분류해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었다. 그해 8월 제1회 사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500억원, 발행 금리 4.5%)을 시작으로 12월 제2회 사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300억원, 발행 금리 4.4%)을 찍었다. 지난해 말 신종자본증권을 모두 부채로 분류하면 자본총계는 -16억원으로 떨어진다.

최대주주 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 지분 94.3% 보유)은 자본을 직접 지원하는 유상증자 참여 대신 신종자본증권 신용을 보강하는 우회 지원을 택했다. 1, 2회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에 콘텐트리중앙이 자금 보충 약정을 체결했다. 지난 4월에는 단기 대여금 300억원(이율 4.6%)을 쏴줬다.

콘텐트리중앙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극장 영업이 좋지 않았지만, 올 연말과 내년에 개봉할 영화 라인업이 좋은 상황"이라며 메가박스중앙 자본 확충에 대해선 "말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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