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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컬처웍스 '영구채 릴레이'…고금리 대응여력 충분

콜옵션 상환 대금용 실탄 '넉넉'...사모채·P-CBO 카드도 '대기 중'

권순철 기자  2023-12-22 13:53:11
롯데컬처웍스가 재무 비율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신종자본증권으로 자금을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기간 누적된 부채 부담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유인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표면 금리가 8%를 넘어섰지만 아직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롯데컬처웍스 측 설명이다. 콜옵션 행사에 따른 상환 대금 등 단기적인 자금 소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도 사모채와 P-CBO와 같은 대안이 가능할 것으로 파악된다.

◇ 팬데믹 이후 신종자본증권으로 3200억원 조달...부채 비율 관리 '주력'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탈에 따르면 지난 14일과 15일 연이어 롯데컬처웍스는 총 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결정을 공시했다. 각각 표면 금리는 7.6%, 8.1%로 조달한 자금은 차환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 2021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가 도래함에 따라 조기상환대금의 일부로 사용된다.

롯데컬처웍스는 올해에만 신종자본증권을 4회에 걸쳐 찍었다. 롯데컬처웍스보다 신종자본증권을 많이 발행한 곳은 HDC신라면세점(7회) 뿐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이래 롯데컬처웍스는 신종자본증권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한 금액은 3200억원이나 동기간 롯데컬처웍스가 채권 발행으로 모집한 금액(3600억원)의 88%에 달한다.
출처 :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재무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기업들이 찾는 자금 조달 창구다. 롯데컬처웍스도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결 기준 롯데컬처웍스의 부채비율은 2020년 885%에서 올해 9월 8695%로 급등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020년 718%에서 정점을 찍은뒤 완만히 하락세를 띄었다. 여전히 팬데믹 이전 2019년 당시 부채비율(224%)보다는 높지만 올해 9월 기준 645%까지 내려왔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4일 신종자본증권에 내재된 채권적 성격을 고려할 때 롯데컬처웍스의 실질적인 재무부담이 회계상 지표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롯데컬처웍스의 올해 9월 말 자본 총계는 116억원으로 2020년 대비 90% 넘게 줄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롯데컬처웍스의 계열사가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컬처웍스의 종속기업으로는 롯데시네마 베트남 법인이 포함된다. 작년 기준으로 롯데시네마 베트남 법인은 162억원의 순손실과 함께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수치를 떼고 보면 롯데컬처웍스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총량은 1262억원이 된다.

◇ 신종자본증권 '고금리' 부담?...아직 문제 없다

롯데컬처웍스는 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이자비용 부담에 관한 우려는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한 모양새다. 2021년 12월에 찍은 신종자본증권의 표면 금리는 5.30%였지만 현재 300bp 가까이 상승한 8.1%에 달한다.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는 스텝업 금리 조항이 적용되어 2년마다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계속해서 늘어난다. 콜옵션을 행사하여 조기 상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발행 금리가 상승하는 추세는 롯데컬처웍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 : 롯데컬처웍스

롯데컬처웍스 측은 내부 보유 자금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22일 1000억원 규모의 콜옵션 상환 일자가 도래하지만 보유 자금 일부가 차환 대금으로 사용된다"고 하면서 "내부 보유 자금이 상당하기 때문에 콜옵션 도래 시 상환 대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롯데컬처웍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550억원이다. 향후 1년 간 영업으로 획득하는 현금을 합쳐도 2577억원에 달하는 단기성 차입금 등의 자금 소요를 충당하기엔 부족하다. 다만 롯데그룹의 대외 신인도에 기반한 자금조달 및 차환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자금소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부채 비율 관리보다 조달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면 다른 선택지로 선회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신종자본증권을 찍은 15일 1년물 사모채를 발행해 100억원을 끌어들였다. 표면금리는 6.7%로 신종자본증권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모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덜 한 것은 맞다"고 하면서 "향후 재무 관리가 어느정도 적정 수준이 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사모채 등 비용 부담이 덜한 수단을 자금 조달 창구로 이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P-CBO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P-CBO는 신용도가 낮거나 직접 회사채를 찍기 어려운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금 조달 창구다. 신용보증기금 또는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신용 보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금리 부담도 적다. 앞서 2월 27일 롯데컬처웍스는 P-CBO로 200억원을 확보한 바 있었다. 표면 금리는 5.661%로 직전 3월 8일에 발행한 사모채에 적용된 금리인 7.6%보다 200bp 가량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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