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은행이 지난했던 통화 긴축기의 종료를 알렸다.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고금리 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됐다. 속도는 느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기 초입에 들어서며 금융권에도 업황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감지된다. 은행, 보험, 여전 등 금융업권 곳곳에 나타날 금리 인하의 여파를 조망해 봤다.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한국도 금리 하락의 사이클이 시작됐다. 금리 인하 개시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상반기 내내 강조했던 물가 안정이 이뤄졌지만 집값 및 가계부채 상승세가 무섭게 오르며 동결 기조가 이어졌다. 아직 금융시장 안정세를 살펴봐야 하지만 다소 늦었지만 내수 진작을 위해 인하를 단행한 모습이다.
매파적 인하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향후에도 얕고 느린 인하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최종 금리는 명목 중립금리의 중간값인 2.5% 수준으로 수렴하겠으나 점진적 인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추가적인 인하는 없고 내년에도 금융안정 측면을 살펴가며 분기당 한번 정도씩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여곡절 끝 기준금리 0.25%p 인하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4분기가 되어서야 시작됐다. 10월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에서 0.25% 낮추는 베이비컷을 단행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긴축 사이클에 접어든 지 3년 2개월 만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시기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에 풀어왔던 대규모 유동성으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의 여파를 정상화하기 위해 그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왔다.
물가 안정을 잡기 위한 동결 기조도 장기간 유지됐다. 2023년 2월부터 기준금리는 3.5% 수준에 멈춘 채 올 상반기까지도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정책이 지속되었다. 물가가 둔화 흐름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 물가 상승률 수준이 높았다.
지난해 연간 헤드라인 소비자물가는 3.6%를 기록했고 올 1월까지도 3.0%로 3%대에 머물러 있었다. 2월부터 물가상승률이 3%대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체감하는 생활 물가 수준을 낮추기 위해 동결 기조가 이어졌다.
하반기로 접어들며 물가가 상당 수준 완화되었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시장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제적으로 조성되며 금융시장에 불안정을 초래했다.
이 총재는 7월 금통위 직후 "주택 가격은 조절할 수 없더라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겠다"며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이후 8월까지 13연속 동결 결정이 이어지며 한은 설립 이래 역대 최장 동결 기록(1년 5개월 21일)을 경신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가 '매파적 인하'임을 인정했다. 향후에도 금융 안정 측면을 상당 부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가계부채 증가세 등 추후 데이터를 확인할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금통위는 물가가 상당 수준 안정된 지금 더 이상 기준금리를 긴축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10월 금통위 직후 국정감사가 이어지며 인하 시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10월 인하는 적절한 시점에서의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월까지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 미국의 움직임 확인 등을 위해 (인하 결정이) 쉽지는 않았고 동결을 이어가기에도 내수 측면의 안전터를 마련하기 위해 중요한 시점인 만큼 10월 인하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5년 1분기 두번째 인하 전망…2.5% 수렴해갈 것 아직 11월 금통위가 한 차례 남아있지만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집값 및 가계부채 관련 데이터를 살펴볼 시간이 필요해 두번째 인하는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준의 인하 흐름을 고려해도 본격적인 인하 사이클 또한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부터 분기당 1회씩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3개월내 조건부 전망을 밝히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도 매파적 기류가 감지됐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기준금리를 3.25%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 시점에서 볼 때 내년 1월까지 추가 인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정책 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둔화세가 빠르게 진전된다면 인하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한은은 명목 중립금리의 중간값인 2.5%를 목표로 인하해 나갈 전망이다. 명목 중립금리란 경기 과열이나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이론 상의 금리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지표로 삼고 있다. 한은에서는 지난 5월 중립금리 추정치를 1.8~3.3%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