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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강달러에도 못 웃는 배경은

해운업계 순수출 익스포저 23% 수준 불구 연료유 가격 상승 및 운임 하락 직격탄

문누리 기자  2022-09-19 17:01:09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하면서 해운업계에도 고환율 효과가 기대되는 듯 했지만 운임 하락세가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MM·대한해운·팬오션 등 해운사는 통상 운임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원화약세 수혜업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경기 둔화세가 커지면서 운임이 내려가는 반면 연료유 등 원재료 가격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9조9527억원, 영업이익은 6조85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86.6%, 152.7% 늘었다.

해운업 특성상 운임 거래 대금을 달러로 정산하는 만큼 강달러 상황에서 실적이 개선된다. 순수출이 환율에 노출되는 수준을 뜻하는 해운업계 순수출 익스포저는 23% 수준이다.

최근 같은 고환율 기조에서 해운업은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만큼 HMM은 외화거래 환차익 등 기타수익도 늘었다. 기타수익 항목을 보면 외환차익은 530억원, 외화환산이익은 221억원을 기록해 모두 합하면 전반기보다 약 1.5배 늘었다.

특히 외화로 된 채권으로 인한 금융수익 중 외화환산이익은 1556억원으로 전반기(892억원)보다 74%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엔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박스권을 보였지만 올 상반기 환율은 1300원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운업이 최근의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으로 수혜를 입더라도 최근의 운임 하락세와 원재료 상승세 부담을 상쇄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9일 기준 2562.1을 기록했다. 5000대를 보였던 올해 초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상반기 중 오르내림세를 반복하던 SCFI가 30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작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해운업 운임은 국제 물동량 및 선박수급상태, 국제원유가, 보험료, 인건비 등의 변동에 따라 연동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 등 해운업체들은 SCFI를 사업 내용 관련 보고서에 가장 먼저 올리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 특성상 컨테이너 운송 비중이 전체 운송건의 90%를 넘기 때문이다.



HMM의 경우 SCFI의 2분기 평균이 4211포인트로 작년 1분기 평균(4851포인트)보다 주는 등 운임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화물선 운임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도 지난달 말 1000 아래로 급감했다. 5000대였던 작년 말에 비해 80%나 쪼그라들었다. 원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철광석 등 원자재 수요증가가 경직되고 이를 운반하는 벌크선 운임도 내려간 모양새다.



여기에 연료유의 가격이 급상승 하는 등 원재료 가격부담도 더해지고 있다. HMM에 따르면 선박용 연료유 평균 가격은 2020년 262.96달러였다가 2021년 413.83달러, 올해 상반기 기준으론 609.09달러로 치솟았다.

원재료 비용 등 원가가 오르면 매출원가 총액도 늘어난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의 2021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원가는 2조7723억원이었던 반면 2022년 상반기 매출원가는 3조6879억원으로 33% 늘었다. 매출원가가 늘어나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져 회사가 거두는 실제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HMM은 영업이익 적자전환하는 등 실적 하락을 겪었다. 이에 상대적으로 유류비가 저렴한 노트르담, 싱가포르 등에서 연료유를 공급받거나 인터넷 경매 등을 확대하는 등 유류비 절감 전략을 추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서 실적 방어가 어느정도 가능하겠지만 운임이 내리고 물동량도 줄어들면서 국내 해운업체들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겠다"면서 "경기 사이클이 불황으로 넘어가는 단계라 어디까지 조정될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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