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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펀드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다. 프로젝트 펀드와 달리 투자자금을 미리 모집한 후 투자처를 물색해 자산으로 편입시킬 수 있다. 곳간에 돈을 쟁여 두고 필요할 때마다 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시점이나 전략 수립에 있어 더 유리하다. 블라인드 펀드 투자 결과가 좋아야 다음, 다다음 펀드도 만들 수 있다. 더벨은 운용사들의 보유하고 있는 블라인드 펀드의 현황과 전략을 살펴보고, 하우스 역량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스톤브릿지미드캡제1호는 PEF업계에서 스톤브릿지캐피탈(이하 스톤브릿지)의 투자역량을 여실히 보여주는 펀드다. VC로 출발한 스톤브릿지가 PEF로 영역을 넓힌 이후 조성한 첫 블라인드 펀드이기 때문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편입해 성과를 내면서 신규 펀드를 결성하는 데 있어 주춧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톤브릿지는 올해 바디프랜드 투자를 마지막으로 스톤브릿지미드캡제1호를 모두 소진한 후 본격적으로 사후관리에 돌입했다.
스톤브릿지미드캡제1호는 첫 단독 블라인드펀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PEF업계에서 스톤브릿지의 투자와 운용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펀드인 셈이다.
펀드가 결성된 건 2020년 7월이다. 당시 3060억원 규모로 펀드를 최종 결성했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당시 대형 펀드를 결성하는 일부 운용사들에만 매칭 자금이 집중되면서 중소형 운용사가 펀드레이징 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스톤브릿지는 1년간 매칭 작업을 진행한 끝에 목표치인 3000억원을 모을 수 있었다.
단독 블라인드펀드 조성의 닻을 올린 건 산업은행이 주관한 출자사업이었다. 스톤브릿지는 2019년 산업은행의 성장지원펀드 미드캡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서 1000억원을 확보했다. 2019년 말 2100억원 규모로 1차 클로징을 한 후 이듬해 3060억원으로 최종 결성을 마무리했다.
첫 투자처는 캐리스파이프사이언스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업으로 펀드를 결성한 후 한 달 만에 투자를 집행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관리기업 클루커스를 두 번째 투자처로 낙점했다. 클루커스는 1호펀드의 효자 포트폴리오 중 한 곳으로 꼽힌다. 2020년 투자 당시 구주 매입에 약 350억원, 자본확충에 100억원을 각각 투입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스톤브릿지의 선구안은 적중했다. 첫 투자 당시 800억원이었던 기업가치는 현재 프리 밸류(투자 전 기업가치)기준 2200억원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진다. 스톤브릿지는 최근 클루커스에 1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총 3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라운드에 참여해 팔로우온을 단행했다.
세 번째 포트폴리오로는 에이스냉장이 이름을 올렸다. 에이스냉장은 AJ토탈이 보유한 냉장·냉동창고 사업부다. 당시 총 투자액 1300억원 중 약 40%에 해당하는 520억원을 블라인드펀드에서 조달했다. 비대면 배송 서비스 증가로 냉장·냉동 물류센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판단이 주효했다.
콘텐츠 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와 골프 종합 플랫폼 카카오VX를 포트폴리오로 편입하며 빠르게 투자 재원을 소진했다. 건강기능식품 헬스밸런스도 1호 펀드의 투자 실탄을 활용해 인수했다. 헬스밸런스 딜에는 대한제분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기도 했다.
스톤브릿지는 바이오디젤 제조사인 단석산업에 투자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바이오디젤은 폐기물 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ESG 경영 속에 성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스톤브릿지는 중고명품거래 플랫폼 구구스와 바디프랜드까지 더해 1호 펀드에 총 8개의 포트폴리오를 편입했다. 1호펀드가 최종 결성된 지 2년 만에 투재재원을 모두 소진한 셈이다.
스톤브릿지는 현재 2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 중이다. 1호펀드로 투자 역량을 입증한 덕에 대다수 사모대체 분야 출자사업에서 승기를 잡았다. 다음달 6000억원대로 1차 클로징이 예상된다. 당초 계획한 목표치를 높여 7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마무리 짓는 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