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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 시장 침체에도 나홀로 '흑자행진'

스톤브릿지-아주IB 컨소시엄 PMI 효과, 올해 오프라인 매장 강화 추진

김지효 기자  2023-01-16 07:10:00
중고명품 시장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보복 소비 심리에 명품 구매가 늘었지만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호실적을 이어가는 기업이 있다. 바로 중고명품 거래 플랫폼 ‘구구스’다.

1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구구스는 중고명품 시장의 침체에도 유일하게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12월 스톤브릿지캐피탈(이하 스톤브릿지)과 아주IB투자 컨소시엄의 품에 안기면서 새 진용을 꾸린 뒤 컨소시엄이 추진한 인수후합병(PMI)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구스의 지난해 GMV(총거래액)는 1811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8%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GMV 대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율은 18.3%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트렌비, 발란, 머스트잇 등 유명 중고명품 플랫폼 기업들이 2021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온·오프라인 매장 연계, 카테고리 확장으로 수익성 개선

구구스의 강점은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매장의 연계에 있다. 구구스는 전국에 오프라인 매장 21곳을 100%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톤브릿지-아주IB 컨소시엄은 구구스를 인수하며 그동안 별도 지역가맹법인으로 운영되던 영남권 가맹사업권도 함께 사들여 전국의 오프라인 매장을 통일성 있게 운영하게 됐다. 가맹법인 통합 이후인 지난해 11월 영남권에 처음 문을 연 울산점은 순항 중이다. 소비여력이 충분한 지역에서의 명품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성과다.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가격 신뢰성과 온·오프라인 매장 연계성도 높아졌다. 가맹점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다른 명품 플랫폼은 오프라인 매장마다 가격이 다르다. 하지만 구구스는 같은 품질의 같은 상품이라면 온라인몰과 전국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이 같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보고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으로 배송을 신청해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물류 체계도 갖췄다.

카테고리 확장도 수익성 개선에 주효했다. 통상적으로 중고 명품 플랫폼들은 가방과 시계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가방과 시계는 가격대가 높아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그 수요가 감소한다. 구구스는 이를 고려해 기존의 가방과 시계 중심에서 의류, 신발로 카테고리 확대를 추진했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2022년 말 GMV에서 의류, 신발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3.7%로 1년 전보다 7.3%포인트 늘었다.

카테고리 확장에 따라 의류, 신발에 대한 가품 검수 체계 또한 탄탄하게 구축했다. 가품 검수 인력을 비롯해 오프라인 매장의 추가 오픈, 온라인몰 고도화를 위한 개발자 영입 등으로 임직원 수도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 수는 165명으로 2021년보다 16% 증가했다.

◇김정남 대표 선임 후 시너지, 하이엔드 중고 명품시장 확대

이 같은 변화의 선봉에는 ‘이커머스 베테랑’ 김정남 구구스 대표가 있었다. 김 대표는 이베이코리아에 20년 가까이 몸담았다. 이베이에서 영업, 프로덕트 운영 등 다양한 플랫폼의 운영 노하우를 쌓았으며 폭넓은 영업 네트워크도 확보했다. 이후 여기어때에서 플랫폼 총괄 부사장으로 1년 6개월,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겸 부사장으로도 일했다.

김 대표는 스톤브릿지-아주IB투자 컨소시엄이 PMI의 일환으로 선임해 지난해부터 초부터 구구스를 이끌고 있다. 컨소시엄은 인수 과정에서 구구스의 온라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워 온·오프라인 채널의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고 김 대표에게 구구스를 맡겼다. 구구스 창업주 이기훈 전 대표도 고문으로 남아 구구스 사업 전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구구스는 올해 1분기 안에 ‘구구스 블랙’을 서울 압구정에 선보인다. 구구스 블랙은 하이엔드 중고 명품시장을 겨냥해 명품 3대 브랜드로 꼽히는 ‘에루샤(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제품을 중심으로 새 제품이나 중고 명품 중에서도 S급 상품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점도 1분기 안에 제주 드림타워 그랜드 하얏트 안에 문을 연다. 명품 수요가 높은 카지노 이용객을 겨냥해 카지노와 연계한 포인트 이용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 서초동에 있는 강남 매장은 확대 이전하고 부산과 판교에도 하반기 중에 매장을 추가로 낼 예정이다.

스톤브릿지-아주IB투자 컨소시엄은 2021년 12월 구구스를 품에 안았다. 인수가는 1450억원으로 이 중 인수금융으로 600억원을 조달했으며 나머지 850억원은 컨소시엄이 공동으로 결성한 블라인드펀드로 충당했다. 해당 딜은 KDB산업은행의 성장지원펀드 미드캡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두 PEF 운용사의 첫 번째 협업이다.
구구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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