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펄마캐피탈의 5호 블라인드 펀드(Ascenta V)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으로부터 분사(Spin-off)해 결성한 첫 펀드이기 때문이다. 직전 펀드의 두 배 규모로 자금을 모았다는 점에서 어펄마캐피탈의 역량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어펄마캐피탈은 운용 중인 5호 블라인드 펀드에 국내외 포트폴리오 총 8곳에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5430억원 규모로 조성된 펀드의 절반을 소진했다.
5호 펀드를 최종 결성한 건 2021년이다. 출발부터 순탄했다. 기존 LP가 대거 참여하면서 펀드레이징에도 속도가 붙었다. 2020년 펀드레이징에 착수한 이후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금융기관들의 호응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 약 4500억원으로 1차 클로징했다. 2016년 4호 펀드를 조성한 이후 5년 만이다. 이후 1000억원 가까이 추가 펀드레이징을 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5430억원으로 최종 결성했다.
마수걸이 투자처는 티맵모빌리티다. 이스트브릿지와 손잡고 티맵모빌리티에 대한 소수지분 투자에 나섰다.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는 각각 2000억원을 투자해 총 28%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 실탄 일부를 5호 펀드로 집행했다.
어펄마캐피탈은 세아그룹의 계열사 3곳에 대한 바이아웃으로 두 번째 투자를 이어갔다. 세아에삽과 세아FS 등으로, 그룹 내 사업재편 과정에서 나온 매물이다. 세아그룹의 니즈를 파악해 세개 회사를 묶어 사는 구조로 딜을 마무리 지었다. 전체 투자 규모는 약 1300억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의 성장성도 눈여겨봤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독보적인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는 메타넷티플랫폼을 세 번째 국내 투자처로 점찍었다. 어펄마캐피탈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0%를 1125억원에 취득했다.
한마음에너지는 더함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인수한 포트폴리오다. 도로유휴부지(폐도, 나들목 유휴공간, 휴게소 주차공간 등)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 특화된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로 거론된다.
캐롯손해보험은 국내 다섯 번째 투자처다. 캐롯손보는 2019년 5월 출범한 국내 1위 IT기반 인슈어테크 (InsurTech) 기업으로, 한화그룹 주도 하에 3개 그룹사 (한화, SK, 현대자동차), 재무적투자자(FI) 2곳(스틱인베스트먼트, 알토스벤처스)의 합작사 형태로 출범했다.
캐롯손보는 올해 총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 차례 나누어 진행 중이다. 어펄마캐피탈은 1차 유상증자에 신규 주주로 참여해 5호펀드의 투자재원으로 750억원을 투자했다. 2차 유상증자에서도 75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현재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 중이다. 어펄마캐피탈은 아시아권 내 글로벌 네트워크와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캐롯손보의 해외 진출도 중장기적으로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다른 국가의 로컬펀드와 손잡고 투자한 해외 투자건도 있다. 어펄마캐피탈은 글로벌 6개국(동남아시아, 인도, 중국, 한국, 중동, 아프리카)이 함께 관리하는 글로벌 펀드 외에 각 지역별로 해당 국가 LP들에게 출자받아 조성하는 로컬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의 로컬펀드인 5호 펀드는 국내 출자기관에게 자금을 받지만 해외팀이 발굴한 매물에 매칭투자하며 해외 자산도 편입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올해 초 투자한 빔모빌리티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 호주, 말레이시아 사업 등 실사를 위해 어펄마 한국팀과 싱가포르팀이 공동으로 딜에 참여했다. 현재 사업을 영위 중인 국가는 물론 신규 진입 예정인 터키, 일본, 대만 등 시장에 대한 실사를 포괄적으로 진행하며 협력한 결과물이다. 어펄마캐피탈의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이 돋보인 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