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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현황 점검

재무상태 건전한데 6000억 자금 지원에 '흔들', 왜?

①돈 나갈 곳 많은데 건설시장 자금경색 따른 '지원' 우려까지...주가 10년래 최저점

김위수 기자  2022-10-27 09:09:38

편집자주

롯데케미칼은 재무상태가 건전한 기업이다. 보유 중인 현금예금이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롯데건설에 대한 약 6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에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의 우려가 과도한 것일까. 더벨이 롯데케미칼을 둘러싼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봤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시장에서 퍼지는 롯데그룹 자금경색 우려의 중심에 있다. 롯데건설 유상증자 참여에 875억원을 투입하는데 더해 5000억원의 자금대여를 하겠다고 밝힌 일이 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도화선이 됐다. 이 여파로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롯데케미칼은 재무상태가 우량한 기업이다. 올 상반기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현금예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당기손익및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이 3조3411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이 52.1%, 차입금의존도가 17.2%로 레버리지 지표도 우수하다. 6000억원의 자회사 지원이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인데 시장에서는 왜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출처: 롯데케미칼 IR 자료)

◇'약한고리'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

가장 큰 배경은 건설업계의 자금경색이 단기간 내 회복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가 악화되고 금리가 상승할 때 부동산 시장이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최악의 경우 건설 자회사에 대한 지원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40여곳의 건설사가 '줄도산'했다.

하반기들어 부동산 PF 시장이 얼어붙으며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부동산 PF란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재원으로 삼는 자금조달 방법이다. 보통 시행사가 대출을 일으키고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선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았던 몇년간 금융사와 증권사들은 부동산 PF를 공격적으로 발행해왔다.
부동산 PF. (출처: 신한투자증권 홈페이지)
하지만 최근 부동산 PF가 사실상 중단되며 건설업계가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행사가 PF를 기초로 발행한 만기도래 어음을 차환하지 못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롯데건설이 긴급하게 자금지원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자금지원 배경은 최근 PF 자금시장 경색의 영향으로 롯데건설이 신용보강을 제공한 유동화증권 차환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이행해야 하는 상환의무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PF에 대한 최근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박이 제기되기도 한다. 롯데건설과 같은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적으로 혹은 그룹차원에서 보유한 현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건설의 경우 PF 우발채무 중 3조1000억원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데 채무상환에는 문제 없다는 것이 전반적인 견해다.

◇들어올 현금은 없는데, 나갈 곳은 많다

건설 자회사 지원은 롯데케미칼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을 표면으로 드러난 계기로 작용했다. 석유화학시장의 침체로 영업활동으로 현금창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져 온 상황이다.

2030년까지 전지소재·수소·친환경소재에 총 11조원을 투입해 친환경 사업을 육성한다. 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7000억원이 필요하다. 2025년 상반기 준공 목표로 설립 중인 인도네시아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에 대한 투자금도 5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롯데케미칼의 투자계획을 두고도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는 했다. 그럼에도 미래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의 투자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됐다. 현재 재무상태가 워낙 건전하고 사업기반이 탄탄한만큼 미래 성장을 위해 단기적인 재무지표의 흔들림은 감내할 수 있다고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현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업에서의 부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금리인상과 달러강세, 인플레이션으로 투자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 유동성 위기의 불똥을 맞으며 우려가 급작스레 표출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운용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점이 부채질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26일 종가 기준 14만4000원을 기록했다. 주가는 롯데건설의 유상증자가 발표된 18일 이후 총 13.3% 하락했다. 범위를 10년으로 넓혀도 현재 주가는 최저점에 가깝다.
롯데케미칼 최근 10년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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