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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올해 '짠물배당' 꼬리표 뗄까

①작년 이어 올해 순이익 증가 전망, 중장기 배당정책 불투명 전망 어려워

강용규 기자  2022-10-24 15:31:09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호실적에 힘입어 배당총액을 전년대비 2배 확대했다. 그럼에도 낮은 배당성향으로 ‘짠물배당’이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이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동국제강 투자자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변수는 배당정책이다. 동국제강은 중장기 배당정책을 수립하지 않고 해마다 실적과 투자계획, 현금흐름 등을 토대로 그 해 배당을 결정한다. 올해 배당정책이 주주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립되지 않는다면 짠물배당이라는 평가를 떼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 '2년 주기' 배당 패턴 올해 깨질 듯, 실적·신용등급 긍정적 시그널

최근 10년 동안 동국제강은 해마다 꾸준하게 배당을 해오지는 않았다. 2013년까지는 해마다 결산배당을 실시하다가 2014~2015년 중단했다. 2016~2017년 배당을 재개했으나 2018~2019년 다시 멈췄다. 그리고 2020년과 2021년 다시 배당을 실시했다. 2014년부터 2년 주기로 배당을 실시한 셈이다.

2년 주기의 패턴은 올해 배당 실시로 깨질 공산이 크다. 동국제강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 8조5701억원, 영업이익 8413억원, 순이익 6797억원을 각각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8.4%, 영업이익은 4.7%, 순이익은 21.7% 증가한다.

국내 철강 빅3(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동국제강) 가운데 올해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동국제강뿐이다. 순이익의 경우 현대제철도 증가가 점쳐지기는 하나 증가율은 10% 미만이다. 동국제강 투자자들의 배당을 향한 기대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동안 동국제강이 배당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지 않았던 것은 재무지표 개선을 중시하는 재무전략 때문이었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제철소의 투자의 후유증으로 2007년 131.5%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이 2013년 247.8%까지 높아졌다. 2014년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기도 했다.

동국제강은 2016년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졸업했다. 그러나 A+(안정적) 로 평가받았던 신용등급은 BB+(안정적)까지 낮아져 있었다. 이에 동국제강은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한 신용등급 상향에 재무전략의 초점을 맞췄다. 상대적으로 배당은 후순위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동국제강은 신용등급을 BBB(긍정적)까지 회복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하반기 평가를 통해 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올 상반기 기준 동국제강의 부채비율은 108.8%로 두자릿수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267억원이었던 잉여현금흐름도 상반기에만 4672억원을 기록한 만큼 올해 차입금 상환 여력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적과 재무구조뿐만 아니라 최근 동국제강의 배당 이력에서도 배당 규모 확대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타난다. 동국제강은 2020년 주당 200원이었던 결산배당금을 지난해 주당 400억원으로 2배 늘리는 등 본격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아직 하반기 실적이 나오지 않은 만큼 배당과 관련해 언급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경영진에서도 주주환원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에프앤가이드)

◇ 짠물배당 평가 이유는 '달라진 정책', 중장기 로드맵 수립 필요성

동국제강은 지난해 결산배당을 전년 대비 2배로 늘리고도 투자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2020년 연결기준 순이익 651억원을 거둬 187억원을 배당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5505억원의 순이익을 내고도 374억원만을 배당했다. 이 기간 배당성향은 28.7%에서 6.8%까지 낮아졌다.

동국제강은 중장기 배당정책이 수립돼 있지 않다. 해마다 최소 배당기준과 최대 배당기준을 수립한 뒤 최소값과 최대값 사이에서 최종 배당금액을 결정한다. 지난해 최대 배당기준은 순이익과 완전하게 연동되지 않는 방식이었고 이것이 이익 증가율 대비 낮은 배당 증가율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동국제강의 2021년 최대 배당기준은 FCFE(주주잉여현금흐름)의 30%였다. FCFE는 현금 보유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환산손익이나 손상차손을 제외한 순이익에 부채 변동으로 더해진 현금과 감가상각비를 더한 뒤 자본적지출(CAPEX)와 운전자본 증가분을 뺀 숫자다.

지난해 동국제강의 FCFE를 가장 크게 훼손한 항목은 운전자본이다. 2020년 대비 8437억원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동국제강은 2021년 환산손익과 손상차손을 제외한 순이익이 5801억원, 부채 변동으로 확보한 현금이 3405억원에 달했지만 FCFE는 1323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30%를 적용한 배당금의 1주당 최대치는 424원이었다.

동국제강은 해마다 공시를 통해 그 해의 배당정책이 향후 계속되지는 않는다고 명시한다. 지난해 배당정책이 올해도 유지될 것인지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지난해의 기준을 적용할 때 올해는 최대 배당기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8437억원의 배당여력을 갉아먹었던 운전자본 증감 항목이 올해는 상반기 기준으로 192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이 배당 확대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 비해 배당성향이 너무 낮다’며 ‘상향할 뜻이 있느냐’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일부에서는 동국제강에 중장기 배당정책의 수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마다 배당정책이 바뀌는 것은 기업이 배당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을 변경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 배당정책의 수립은 주주에 예측 가능한 배당의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주친화정책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다만 동국제강이 신용등급 상향을 우선시하는 재무전략을 한동안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당장 중장기 배당정책을 수립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해마다 경영현황과 향후 투자계획 등에 따라 배당정책의 수정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목표는 ‘2~3년 내 신용등급 A 복귀’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해마다 달라진 배당정책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주 편의를 돕고 있다”며 “제한적 상황에서도 주주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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