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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nvestor Relations)은 기업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홍보 활동이다. 투자자들이 회사의 경영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설명회를 열고 각종 자료를 공시하는 행위에서 회사가 투자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다. 더벨은 주요 회사의 기업설명회 개최 동향을 조명하고 재무 지표, 주주 친화책 등의 정보 공개 실태를 점검한다.
2018년 동국제강은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연결 영업이익은 1450억원을 기록했지만 순손실은 무려 3045억원이었다. 두 숫자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브라질 헤알화의 약세 때문이었다. 브라질 CSP 제철소에 큰 돈을 투자했던 동국제강은 당시 헤알화 약세로 투자지분의 가치가 하락했고 이것이 바로 평가손실로 반영됐다.
3000억원대의 순손실 충격은 작지 않았다. 이는 동국제강이 2014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할 때도 기록하지 않았던 대규모 손실이었다. 이듬해 초 주주총회에서는 의장인 장세욱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향후 경영 계획을 직접 주주들에게 설명하면서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아픈 역사로 남았던 2018년은 동국제강이 컨퍼런스 콜 방식의 기업설명회(IR)를 중단했던 시기기도 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2018년 5월 11일 1분기를 끝으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상에도 2018년 이후 IR 정책의 변화가 드러난다. 2020년 발간된 2019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동국제강은 IR 개최를 '비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IR 개최는 '정기적'이었다. 올해 중순 공개된 작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관련 내용이 아예 빠져있다.
통상 상장사들은 매 분기 기업설명회를 열고 실적 발표와 함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의 질의응답(Q&A) 시간을 갖는다. 이를 통해 주주들은 궁금증을 해소한다.
동국제강 역시 매 분기 실적발표 PPT 자료를 작성하고 이를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다만 컨퍼런스 콜 방식이 아닌 단순 자료 공개에 그치고 있어 시장 관계자들과의 실시간 질의응답같은 절차는 찾아볼 수 없다. 시장과의 쌍방향 소통이라기 보다는 일방향 소통에 가까운 셈이다.
다만 올해부터 동국제강도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 동국제강은 회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한 설명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재무팀장이 직접 실적 관련 부연 설명을 진행한다. 다만 이 역시 일방향 소통이라는 한계에서는 벗어나지 못한다.
주주 소통에 대한 오너의 관심도도 적지 않다. 매년 초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오너 장세욱 부회장은 의장으로서 직접 주주총회에 참여해 주주들과 소통한다. 올해 3월에도 장 부회장은 주총에 참여해 △전기로 기술 고도화 △친환경 컬러강판 생산공정 구축 △친환경 제품 확대 등 경영 전략을 직접 제시했다.
동국제강은 최근 재무개선에 이어 작년 두 자릿수(11.1%)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안정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2018년 이후 끊긴 IR 재개 가능성도 제시한다. 특히 브라질 CSP 제철소 매각 등 재무적으로 큰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측의 향후 경영 전략을 주주들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2018년 이후 컨퍼런스 콜은 끊겼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주주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