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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달러 파장 - 조선업

'떼돈'보다 안정성, 헤지에 진심인 이유

②대금 지급시점 환율 예측 불가능…환차익 포기 대가로 환손실 방어

고진영 기자  2022-09-30 16:42:43
한국 경제가 휘청했던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조선사들은 외려 엄청난 호황을 구가했다.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일 즈음 배를 계약했는데 대금을 받을 때가 되자 1800원까지 폭등했기 때문이다. 환차익으로 떼돈이 들어왔던 셈이다.

그중에서도 환을 열어놨던 현대중공업은 환율 상승분이 고스란히 원화 증가로 돌아오는 ‘횡재’를 누렸다. 문제는 그 이후다. 다시 환율이 내리면서 대책없이 쓴맛을 봤다. 헤지 필요성을 절감한 조선사들은 2000년대 초반께부터 환헤지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환율이 13년만에 최고점을 찍은 지금 조선사들이 누릴 환차익이 제한적인 것은 그래서다. 헤지 전략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도 과거와 달리 크게 축소됐다.

실제 조선업계는 모든 산업 중 헤지를 가장 활발히 활용하는 업종으로 손꼽힌다. 대금이 정해지는 계약시점과, 잔금을 전부 지급받는 선박 인도시점 사이에 1년에서 3년 이상의 텀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의 환율 흐름을 미리 점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조선사들은 이런 환율변동 리스크를 비껴가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과 파생상품(선물환 매도계약) 거래를 하고 있다. 환차익을 얻을 기회비용을 버리는 대가로 환손실이 생길 가능성도 차단된다.

가령 원화가치가 달러당 1000원일 때 100달러짜리 배를 만들기로 계약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건조기간이 2년이고 환율이 그대로라면 조선사는 선박값으로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년간 환율이 900원으로 내린다면 1만원을 손해보고, 반대로 1100원으로 오른다면 1만원의 환차익을 본다. 선물환은 2년 뒤 환율이 얼마가 되든 무조건 1달러당 1000원에 달러를 팔기로 은행과 약속함으로써 이 같은 불확실성을 없애는 방식이다.

환헤지 비율은 조선사마다 각기 다른데, 삼성중공업이 가장 가장 보수적인 전략을 구사한다. 이 회사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기대 수익을 사실상 포기하고서라도 리스크를 방어하는 ‘완전 헤지’를 한다. 수주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정해진 대금 100%에 대해 모두 선물 매도를 하는 방식이다.

통상 국내 조선사들은 배를 수주해서 받는 달러금액 중 35% 정도는 수입자재 대금지급 등을 위해 다시 달러로 지불하는 영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달러로 나가는 이 지불액까지 달러선물 매수를 통해 모두 헤지한다.

이런 완전 헤지의 부정적 측면은 관련 수수료가 추가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또 안전한 만큼 유연성이 떨어져 지금처럼 환율이 치솟아도 별 이득이 없다. 하지만 헤지 시점의 환율로 원화 수익과 비용이 모두 고정되기 때문에 앞으로의 환율 변화와 관계없이 실적을 확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00% 헤지로 이번에 환율 상승에 따른 평가손익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고 해도 크게 아깝다고 여기지는 않는다”며 “그동안 헤지를 통해 피해갔던 환손실을 생각하면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결국 0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달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달러 수취 예상 금액에서 달러 지불 예상 금액을 뺀 '환 위험 노출 금액'(Foreign Exchange Exposure)을 대상으로 환헤지를 한다. 전체 수주금액을 기준으로 볼 때 대우조선해양이 약 70%를 헤지하며 현대중공업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주잔고에 대비한 파생상품 비중을 계산하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통화선도 계약규모(달러 매도 기준)가 198억5251만달러(23조5272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주잔액 52조원의 약 45.2%에 해당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통화선도 계약규모(달러 매도 기준)가 올 상반기 말에 68억2700만달러(7조8481억원) 규모였다. 수주잔고가 25조원가량인데 그 31.4%에 이르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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