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은 지난해 주력 제품인 NB라텍스의 코로나19 특수로 주가가 고공행진했지만 올해들어 주가가 뚝 떨어졌다. 주주친화적인 기업을 표방하는 금호석화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가부양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 결의된 20일 이사회에 오너인 박찬구 회장의 아들 박준경 부사장이 처음으로 참여했다. 박 부사장은 지난 7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사내이사로서의 첫 활동을 주주친화 활동인 자사주 소각으로 시작하게 된 셈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박 부사장이 주주환원정책을 완성하는 역할로 이사회 행보를 시작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경영권 분쟁의 여지가 남아있는 곳이다. 주주들의 신임을 얻는 것이 다른 회사보다 더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 부사장이 이사회에 진입한 지 아직 3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오너 경영진이자 차기 후계자로 유력하다는 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금호석화의 주가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박 부사장이 어떤 주주친화 행보를 보일지 주목되는 이유다.
◇30만원 바라보던 주가 15만원 밑으로…자사주 정책 통할까
20일 종가 기준 금호석화의 주가는 주당 13만500원이다. 전일 대비 2.76% 오른 채 마감되기는 했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주가가 초라하다. 1년 전인 2021년 9월 23일 금호석화의 종가는 20만500원으로 지금보다 주가가 53.6%가량 높았다. 같은해 4월 26일 종가는 28만3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호석화의 주가가 맥을 못 추는 이유는 화학산업의 침체 때문으로 보인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제품 수요가 줄어들며 판매가는 오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NB라텍스 특수가 사라진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NB라텍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용 니트릴 장갑의 원료로 수요가 크게 오르며 실적과 주가를 함께 견인했다. 하지만 올들어 코로나19가 잦아들며 NB라텍스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NB라텍스 생산량 늘리기에 나서며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금리인상과 같이 외부요인들이 주식시장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겹치며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금호석화는 지난 3월 소각 목적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했고 총 66회에 걸쳐 매입을 완료했다. 또 이날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주주환원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발행 주식 수 자체가 감소해 EPS(주당순이익)가 상승,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이번에 소각을 진행하는 자사주 규모와 배당금을 합치면 총 주주환원금액은 별도 당기순이익의 43.7%인 총 4309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마이너스(-) 상태인 금호석화의 총주주환원률(Total Shareholder's Return)이 자사주 소각으로 개선될지 관심이 모인다. TSR이란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거둘 수 있는 수익이다. 배당금뿐 아니라 주가의 상승·하락에 따른 가치 변동을 반영한 지표로 기업의 시총 등락과 주식 보유시 얻을 수 있는 배당 수입 등을 토대로 계산한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금액을 반영하기도 한다.
TSR은 통상적으로 연말 집행하는 배당금을 토대로 계산한다. 하지만 아직 올해 결산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올해 집행된 지난해 배당금을 포함한 주주환원금액(4309억원)으로 개략적으로 추산해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올해 9월까지 TSR은 -24%로 나온다. 크게 하락한 주가가 TSR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다. 오는 27일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부양에 성공할 경우 TSR이 확대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오너 경영자 박준경, 주가관리 각별히 신경 쓸 듯
박 부사장(
사진)은 금호석화에서 해외·국내 영업 실무를 10년 이상 담당해온 '영업통'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호석화의 모든 영업활동을 총괄해온 영업본부장으로 NB라텍스 등 주력 제품의 판매전략을 진두지휘했다는 설명이다. 말하자면 NB라텍스의 국내외 영업활동을 통해 호실적에 기여하며 금호석화의 주가 상향을 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
경영진이 된 박 부사장은 여전히 영업본부장으로 금호석화 제품 판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된 NB라텍스는 물론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고무·수지 제품의 판로를 찾아 실적을 방어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주가의 가장 기본은 실적에서 나오기 때문에 성공적인 '본업'이 주주정책의 첫발이라고 볼 수 있다.
자사주의 추가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보다 직접적인 주주환원정책도 기대된다. 박 부사장은 이사회에 있는 유일한 오너 경영자다. 이사회에서의 발언권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호석화 이사회에서 가장 높은 직급이 부사장이다. 박 부사장과 더불어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백종훈 부사장이 있다. 금호석화 주주정책에 박 부사장의 목소리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이가 껄끄러워진 사촌 박철완 전 상무는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명분으로 주주친화정책이 미비하다는 점을 내세워왔다. 2년 연속 박 전 상무가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완패하며 분쟁을 일으킬 동력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낮은 수준의 주가가 유지된다면 분쟁의 명분을 제공하는 셈이 될 수 있는 만큼 박 부사장이 주가 관리에 만전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