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홀딩스는 지난 8월 이사회에 소위원회 형태로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ESG위원회는 법적인 설치 의무가 없다. 이사회에 ESG가 없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LX홀딩스가 ESG위원회를 이사회에 두고 있는 것은 향후 ESG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실제 구본준은 LX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ESG는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의 필수 요건으로 존망을 가르는 사안"이라며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LX홀딩스는 ESG위원회를 통해 그룹 차원의 ESG 비전·중장기 전략 및 정책 등을 승인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행 성과를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ESG위원회의 설치가 요식행위에 그치는 일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실질적으로 운영이 되도록 LX홀딩스와 회사 이사회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SG위원회, 사외이사가 위원장 맡을 듯

LX홀딩스가 ESG위원회를 설치한 시점은 지난 8월이다. 이사회 일원 중 대표이사인 노진서 LX홀딩스 부사장과 이지순·정순원·강대형 사외이사 등 4인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 1인과 3인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ESG위원회는 다른 기업에도 보편적인 구성이다. SK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 이사회를 살펴보면 3~6인의 사외이사와 1인의 사내이사가 ESG위원회 멤버로 포함돼있다.

기업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물 1인을 ESG위원회에 두는 것이 ESG 전략 수립 및 이행 점검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및 계열사들의 경우에는 ESG위원회 역할을 하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사외이사만 포함시켰다.




LX홀딩스의 ESG위원장은 아직 선출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언급된 모든 기업의 ESG위원회에서는 위원장을 사외이사가 맡는 모습을 보였다. ESG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같은 추세를 봤을 때 LX홀딩스도 ESG위원회 위원장으로 사외이사를 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

ESG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위원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LX홀딩스의 정기 이사회는 분기에 1회 열리는 것이 원칙이다. 필요할 경우 임시 이사회를 수시로 개최할 수 있다.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ESG위원회 설립이 의결됐으니 별도 수시 이사회가 없다면 ESG위원회의 1차 회의는 4분기 중 열릴 것으로 보인다.

◇ESG위원회 실효성 확보하려면

기업들이 ESG위원회를 우후죽순 설치하기는 했지만 막상 위원회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립 후 ESG위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기도 하고, ESG위원회가 개최되더라도 다른 위원회나 이사회에서 논의해도 되는 안건을 들여다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ESG위원회가 설치된 기업의 숫자는 조사 대상인 874 곳의 기업 중 110곳(금융업 25개사 포함)으로 나타났다. KCGS는 2020년부터 2021년 6월까지의 이사회 활동내역을 조사했다. 110곳 중 38.2%에 달하는 42개사는 ESG위원회가 실질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위원회가 운영되는 기업 중에서도 대부분의 안건이 내부거래 승인과 같은 ESG와 크게 연관이 없는 사안이었다. ESG 전략과 관련된 안건을 상정한 회사는 40개사에 그쳤다.

ESG위원회의 조직 취지인 'ESG경영 실천'을 이루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설치 그 자체보다는 이후 어떤 활동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KCGS는 "회사가 처한 ESG경영 단계, 산업과 개별 기업이 중요시 여기는 ESG 이슈에 따라 ESG경영의 양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개별 기업의 ESG 중대성 선정을 시작으로 각 기업에 맞는 ESG경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유효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ESG 전문성을 갖춘 이사를 ESG위원회 구성원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기업 사례를 살펴보면 ESG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이사가 많지 않다"며 "ESG 전문가를 선임하거나 이사들을 대상으로 한 ESG 전문교육을 운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