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선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한수한 경영관리본부장(상무)이 그룹의 다른 해운 계열사인 SM상선의 감사로 선임됐다. 감사는 이사회에 영업과 업무, 자산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회계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적잖은 권한을 갖고 있다. 한 상무는 해운업과 재무·회계 분야에서 30년 가까운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상선은 지난달 15일 한수한 대한상선 상무를 감사에 선임했다. 지난 8월 전임자인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의 퇴임으로 공석이 생긴 지 약 3개월 만에 이뤄진 후속 인사다. 이 전 위원장은 약 2년 6개월간 감사로 근무했다.
SM상선과 대한상선은 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의 상선 계열사들이다. SM상선은 컨테이너선, 대한상선은 벌크선 중심의 해상운송업을 한다는 차이가 있다. 자산 규모로는 SM상선이 3조714억원(2022년 말 기준)으로 대한상선보다 약 2.5배 크다. 두 곳은 직접적인 지분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이번에 SM상선이 한 상무를 감사에 선임한 것은 현 임원진의 다소 부족한 해운업과 재무적 이해도를 높이고 현 임원진에 대한 재무적 관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재 SM상선 사내이사는 총 4명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그의 막내 아들인 우기원 사장, 공동 대표이사인 유조혁 대표와 조유선 대표다. 이 가운데 재무 분야에 전문성 있는 인물은 유 대표가 유일하다는 평가다. 유 대표는 기획과 관리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다. 조 대표는 해운업보다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높다. 건설업을 영위하는 우방산업과 삼라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SM상선 경영에만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세인 우 사장은 30대 초반으로 경영 수업을 받으며 경험을 쌓아가는 시기다. 대한상선 모회사인 대한해운에서 해운부문장을 맡고 있어 조 대표와 마찬가지로 SM상선 경영에만 몰두하기 쉽지 않다. 우 회장도 계열사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놓고 그룹의 굵직한 사안에 집중한다. 유일한 사외이사인 황승표 한국해양대 겸임교수도 재무 전문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상무의 임원진 합류는 큰 보탬이 된다는 평가다. 1965년생으로 충남대를 졸업한 한 상무는 재무·회계경력만 30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있는 대한상선에서 내부회계관리자로 관련 정책을 설계하고 책임진다. 대한해운에서 28년 넘게 근무하는 등 해운업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다. 모두 SM상선 임원진에 필요한 역량이다.
감사는 사내·외이사와 달리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진 않는다. 비상근직이다. 다만 상법에 따르면 감사는 이사에게 영업과 업무, 자산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내부 감시자로 이사회가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감독한다.
SM상선은 해운업이라는 자체 사업을 영위할 뿐 아니라 별도기준 1조원 넘는 현금창출력(영업활동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여러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최대주주인 삼라마이다스에 총 900억원의 운영자금을 대여해 줬다. 삼라마이다스는 대여금에 대한 담보로 동아건설산업 주식 약 195만주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