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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경제학

김동관 부회장, 상속이든 증여든 납부 문제없다

⑧한화에너지 활용 카드 다양...보수와 배당도 한몫

조은아 기자  2022-09-15 10:12:08

편집자주

최근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상속'이 재계의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5대 그룹 가운데 삼성과 LG, 롯데에서 총수들이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앞으로도 상속세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은 차치해두고 일단 재계는 재원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기업을 물려받는 것마저 험난해지는 탓이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속세와 재원 마련 방법을 점검해본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를 물려받으려면 증여든 상속이든 모두 3000억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한다. 연부연납을 활용하면 한 번에 500억원 수준으로 그리 무리는 아니다.

특히 17년 전 확보한 한화에너지(에이치솔루션) 지분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존 한화솔루션에 더해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로도 각각 선임된 만큼 보수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로부터 받는 주식 상여금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아직 대출이 없는 만큼 주식담보대출 여력 역시 충분하다.

◇한화에너지 지분 활용 방안, 다각도로 열려있어

지분을 물려받는 데 필요한 연간 500억원의 자금은 한화에너지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과 보유 지분을 활용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앞서 상속세 혹은 증여세를 내면서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다른 그룹 후계자와 마찬가지로 김 부회장 역시 개인 소유의 회사가 있다. 바로 한화에너지다. 특히 지난해 10월 김동관 부회장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와 합병하면서 재원 마련의 선택지도 많아졌다. 한화에너지 지분은 김 부회장이 50%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0%는 두 동생이 나눠들고 있다.

우선 한화에너지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경우 김 부회장은 구주 매출에 따른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한화그룹이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가 한화에너지의 지분을 매입해도 김 부회장이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모두 한화에너지 지분가치가 높아져야 유리한데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 지분 52.07%와 한화시스템 지분 12.8%를 보유 중이다. 두 회사 모두 한화그룹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김 부회장이 한화에너지 지분을 확보하게 된 건 2005년으로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4월 김승연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한화 S&C 지분 33.33%(20만주)를 차남과 삼남에게 넘겼다.

한화 S&C는 1994년 ㈜한화의 전산업무를 진행하는 조직에서 출발해 2001년 분사된 곳이다. 출범 당시 ㈜한화가 66.67%(40만주), 김승연 회장이 33.33%(20만주)의 지분을 보유했다. 김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차남과 삼남에게 넘긴 직후 ㈜한화도 자신의 지분을 김 부회장에게 매각했다. 가격은 1주당 5100원으로 지분율 66.67%를 확보하는 데 쓰인 돈은 모두 20억4000만원이다.

한화 S&C는 이후 2005년과 2007년 모두 세 차례 유상증자를 거쳐 지금의 지분율을 완성했다. 김 부회장은 2005년 유상증자에 20억원, 2007년 유상증자에 573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 지분을 확보할 때 들인 돈을 더하면 61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화 S&C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으로 2017년 투자회사 에이치솔루션과 사업회사 한화 S&C로 분할됐고 지난해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와 합병했다. 김 부회장이 610억원으로 연결기준 자산총계 10조원이 넘는 회사 지분 50%를 확보한 셈이다. 김 회장은 한화 S&C 주식을 저가에 김 부회장에게 넘겼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오랜 기간 법적 다툼 끝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룹 주력 계열사 3곳 대표이사로, 보수도 늘어날 듯

회사에서 받는 보수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김 부회장은 최근 인사를 통해 기존 한화솔루션뿐만 아니라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도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기존에는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사내이사만 맡고 있었다.

이밖에 쎄트렉아이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받은 보수를 살펴보면 한화솔루션에선 19억7000만원, ㈜한화에서 18억2400만원을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쎄트렉아이에서 받은 보수는 5억원 이하라 공개되지 않았다. 대표이사가 된 만큼 수당 등이 더해져 보수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유 주식도 다수다. 특히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곳에서 RSU(Restricted Stock Units)를 받고 있다. RSU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을 말한다. 임직원들에게 주식을 배정한 뒤 회사가 내건 조건을 충족하면 이를 지급하는 일종의 장기보상 제도다. 주로 실리콘밸리 등 미국 기업들이 도입해 활용 중이다. 한화그룹은 2020년 2월 국내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했다. 부여 대상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으로 이사회에서 매년 대상자를 선정한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에서 RSU 13만6972주 상당을 지급받았다. 지급시점(2031년 1월) 주가에 따라 최종 지급액이 확정될 예정이다. 아직 지분율에는 계산되지 않는 수치인데 이를 더하면 김 부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현재의 4.44%에서 4.63%로 소폭 높아진다. 특히 ㈜한화 RSU는 김 부회장이 직접 ㈜한화 지분율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에서도 RSU 7만8422주를 받았다. 2020년 처음 도입됐을 당시 4만9658를 받았고 2021년 역시 추가로 받았다. 지금시점은 2030년 1월과 2031년 1월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RSU를 도입한 만큼 김 부회장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RSU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구체적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RSU는 매년 이사회에서 지급 여부와 대상, 금액 등을 결정한다. 주요 임원을 오래 지내면 매년 RSU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배당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에너지에서 25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한화에너지는 한동안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에이치솔루션과 합병을 앞두고 4년 만에 배당을 재개했다.

앞서 에이치솔루션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1840억원을 3형제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 가운데 김 부회장 몫은 900억원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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