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를 물려받으려면 증여든 상속이든 모두 3000억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한다. 연부연납을 활용하면 한 번에 500억원 수준으로 그리 무리는 아니다.
특히 17년 전 확보한 한화에너지(에이치솔루션) 지분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존 한화솔루션에 더해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로도 각각 선임된 만큼 보수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로부터 받는 주식 상여금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아직 대출이 없는 만큼 주식담보대출 여력 역시 충분하다.
◇한화에너지 지분 활용 방안, 다각도로 열려있어
지분을 물려받는 데 필요한 연간 500억원의 자금은 한화에너지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과 보유 지분을 활용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앞서 상속세 혹은 증여세를 내면서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다른 그룹 후계자와 마찬가지로 김 부회장 역시 개인 소유의 회사가 있다. 바로 한화에너지다. 특히 지난해 10월 김동관 부회장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와 합병하면서 재원 마련의 선택지도 많아졌다. 한화에너지 지분은 김 부회장이 50%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0%는 두 동생이 나눠들고 있다.
우선 한화에너지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경우 김 부회장은 구주 매출에 따른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한화그룹이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가 한화에너지의 지분을 매입해도 김 부회장이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모두 한화에너지 지분가치가 높아져야 유리한데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 지분 52.07%와 한화시스템 지분 12.8%를 보유 중이다. 두 회사 모두 한화그룹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김 부회장이 한화에너지 지분을 확보하게 된 건 2005년으로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4월 김승연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한화 S&C 지분 33.33%(20만주)를 차남과 삼남에게 넘겼다.
한화 S&C는 1994년 ㈜한화의 전산업무를 진행하는 조직에서 출발해 2001년 분사된 곳이다. 출범 당시 ㈜한화가 66.67%(40만주), 김승연 회장이 33.33%(20만주)의 지분을 보유했다. 김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차남과 삼남에게 넘긴 직후 ㈜한화도 자신의 지분을 김 부회장에게 매각했다. 가격은 1주당 5100원으로 지분율 66.67%를 확보하는 데 쓰인 돈은 모두 20억4000만원이다.
한화 S&C는 이후 2005년과 2007년 모두 세 차례 유상증자를 거쳐 지금의 지분율을 완성했다. 김 부회장은 2005년 유상증자에 20억원, 2007년 유상증자에 573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 지분을 확보할 때 들인 돈을 더하면 61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화 S&C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으로 2017년 투자회사 에이치솔루션과 사업회사 한화 S&C로 분할됐고 지난해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와 합병했다. 김 부회장이 610억원으로 연결기준 자산총계 10조원이 넘는 회사 지분 50%를 확보한 셈이다. 김 회장은 한화 S&C 주식을 저가에 김 부회장에게 넘겼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오랜 기간 법적 다툼 끝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룹 주력 계열사 3곳 대표이사로, 보수도 늘어날 듯
회사에서 받는 보수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김 부회장은 최근 인사를 통해 기존 한화솔루션뿐만 아니라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도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기존에는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사내이사만 맡고 있었다.
이밖에 쎄트렉아이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받은 보수를 살펴보면 한화솔루션에선 19억7000만원, ㈜한화에서 18억2400만원을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쎄트렉아이에서 받은 보수는 5억원 이하라 공개되지 않았다. 대표이사가 된 만큼 수당 등이 더해져 보수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유 주식도 다수다. 특히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곳에서 RSU(Restricted Stock Units)를 받고 있다. RSU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을 말한다. 임직원들에게 주식을 배정한 뒤 회사가 내건 조건을 충족하면 이를 지급하는 일종의 장기보상 제도다. 주로 실리콘밸리 등 미국 기업들이 도입해 활용 중이다. 한화그룹은 2020년 2월 국내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했다. 부여 대상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으로 이사회에서 매년 대상자를 선정한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에서 RSU 13만6972주 상당을 지급받았다. 지급시점(2031년 1월) 주가에 따라 최종 지급액이 확정될 예정이다. 아직 지분율에는 계산되지 않는 수치인데 이를 더하면 김 부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현재의 4.44%에서 4.63%로 소폭 높아진다. 특히 ㈜한화 RSU는 김 부회장이 직접 ㈜한화 지분율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에서도 RSU 7만8422주를 받았다. 2020년 처음 도입됐을 당시 4만9658를 받았고 2021년 역시 추가로 받았다. 지금시점은 2030년 1월과 2031년 1월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RSU를 도입한 만큼 김 부회장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RSU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구체적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RSU는 매년 이사회에서 지급 여부와 대상, 금액 등을 결정한다. 주요 임원을 오래 지내면 매년 RSU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배당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에너지에서 25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한화에너지는 한동안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에이치솔루션과 합병을 앞두고 4년 만에 배당을 재개했다.
앞서 에이치솔루션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1840억원을 3형제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 가운데 김 부회장 몫은 900억원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