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상속의 경제학

구광모 LG 회장, 상속세 납부 9부 능선 넘었다

⑤지분율 방어하며 상속세 납부 마무리 수순...배당으로만 상속세 절반 마련

조은아 기자  2022-08-23 16:42:42
LG

편집자주

최근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상속'이 재계의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5대 그룹 가운데 삼성과 LG, 롯데에서 총수들이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앞으로도 상속세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은 차치해두고 일단 재계는 재원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기업을 물려받는 것마저 험난해지는 탓이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속세와 재원 마련 방법을 점검해본다.
LG그룹도 2018년 정공법을 선택했다. 구광모 회장이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주식 대부분을 받고 상속세율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하기로 했다. 구 회장 몫의 상속세는 7000억원대로 삼성그룹 이전까지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연간으로도 12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만큼 험로가 예상됐지만 지분율 희석 없이 9부 능선까지 무사히 넘긴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내년 두 차례만 남은 것으로 알려지는데 납부 여력은 충분하다.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로 전환, ㈜LG 지분만 상속

LG그룹이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던 덕분에 지분 상속 역시 대부분 LG 주식으로만 이뤄졌다. 구광모 회장은 2018년 11월 구본무 전 회장의 LG 주식 11.3% 가운데 8.8%를 상속받아 LG 최대주주에 올랐다.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15.00%로 높아졌다.

구 전 회장의 나머지 지분은 장녀와 차녀가 각각 2.01%와 0.51%로 나눠받았다. 전체 상속세 9215억원 가운데 구 회장 몫은 7161억원으로 한번에 내야하는 금액은 1200억원 수준이다. 구 회장은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5년 동안 6회에 걸쳐 상속세를 나눠내고 있다.

구 회장은 기존에도 LG 지분을 6.24% 보유했다. 상속받은 지분과 엇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이미 보유했던 셈이다.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지분을 사들이며 지배력을 확대한 결과다.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2000년대 초반 0.2%대에 그쳤으나 상속 직전 6%대까지 높아졌다. 보유 지분이 늘면서 배당수익이 늘어나고 다시 지분율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구 회장이 ㈜LG 지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과거 보유했던 희성전자 지분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 구 회장은 2004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희성전자 지분 23%를 모두 매각했다. 지분을 사들인 건 친인척들이다. 개인간 거래였기 때문에 정확한 처분 금액을 알기는 어렵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구 회장은 ㈜LG 지분을 사들였다. 2004년부터 회장 취임 직전까지 지분을 매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2760억원 수준이다. 사실상 희성전자 지분을 ㈜LG 지분으로 맞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이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친인척들도 힘을 보탰다. 수년 동안 친인척들이 내놓은 LG 지분 절반 이상을 구 회장이 사들였다. 구 회장이 가족 회의를 통해 새로운 수장으로 정해진 만큼 오너 일가의 지원이 뒷받침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2016년 12월 고모부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으로부터 35만주를 무상으로 증여받았다. 이에 앞서 2014년 말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으로부터 190만주를 무상으로 증여받기도 했다.

구 회장은 회장에 오른 뒤인 2020년에도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LG 주식 전량 164만8887주를 상속받았다. 당시 종가 기준 1067억원 규모다. 이때 구 회장의 지분율은 15.65%로 확대됐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당시에도 상속세로 600억원을 납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전까지의 상속세 7200억원에 더해 모두 7800억원이다.



◇보유 계열사 지분 거의 없어...배당으로 상속세 절반 마련

재계에서 보통 개인에게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활용하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키운 뒤 차익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

다만 구 회장은 희성전자 이후에는 이 방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손에 들고 있는 별다른 지분이 없었던 탓이다. 판토스 지분을 인수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판토스 지분을 파는 바람에 큰 매각 차익을 거두지는 못했다.

LG그룹은 2015년 판토스를 인수했다. 당시 오너 일가 역시 지분 19.9%를 1200억원대에 취득했고 구 회장도 460억원 정도를 보태 지분 7.5%를 확보했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율이 20%에 육박하면서 사익편취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3년 만에 지분을 매각했다. 구 회장은 이 때 55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익이 100억원도 안된다.

이 밖에 구 회장의 보유 지분을 살펴보면 2017년까지 LG인터내셔널 지분도 2.11% 보유하고 있었으나 회장에 오르기 전 253억원에 처분했다. 현재 들고 있는 지분은 ㈜LG를 제외하면 LG CNS 지분 1.12%가 전부다. LG CNS는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데 구 회장이 보유한 LG CNS 지분 가치는 32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LX그룹의 독립은 구 회장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됐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이 LX홀딩스 지분을 15.95%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해당 지분과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 7.72%를 맞교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빗나갔다. 구 회장은 ㈜LG 지분을 높이는 대신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해당 지분을 구본준 회장에게 매각해 약 1500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 때 마련한 자금으로는 올해 연말 5차분 상속세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관계인을 더하면 ㈜LG 지분율이 40% 수준으로 충분히 높은 데다 상속세 부담 때문으로 당장 현금 확보가 더 시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의 대출이 거의 없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8월 기준 보유 지분의 2,2%(55만429주)를 담보로 26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만 있다.

구 회장에게 가장 큰 수익을 안기는 건 배당이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 배당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7년 1300원이었던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2800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구 회장이 받은 배당금은 2018년 518억원, 2019년 569억원, 2020년 688억원, 2021년 703억원이다. 매년 내야하는 상속세의 절반가량이 배당에서 나오는 셈이다.

LG는 올해 배당 정책에서 배당금 수익 한도 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증권가는 올해 ㈜LG의 주당 배당금으로 3000원을 예상하기도 한다. 이 경우 구 회장이 받는 배당금은 753억원에 이른다.

구 회장의 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구 회장은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9년 보수로 54억원을 받았다. 급여와 상여금을 더한 금액이다. 2020년에는 80억원을, 2021년에는 88억원을 받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