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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사태로 인수합병(M&A)시장은 한차례 전환점을 맞는다. 국내 주요 로펌이 급성장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있다.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이 M&A 자문 섹터로 이동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이제는 엄연한 로펌 주요 업무로 자리매김했고 자문 경쟁력이 곧 시장 순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더벨은 빅7 로펌의 M&A 전략과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법무법인 지평은 20여 년간 꾸준한 성장으로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1000억 클럽 진입으로 법률 시장은 올해부터 7대 빅 로펌으로 재편됐다. 이런 급성장의 밑바탕에는 인수합병(M&A) 자문 그룹의 활약이 빛났다.
크로스보더, 바이오, 에너지 등 전문화된 영역을 구축해왔으며 최근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플랫폼, 음원 시장 등에 발빠르게 진출했다. 빅펌 중심의 법률 시장에서 지평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최근 남대문 그랜드센트럴 빌딩으로 둥지를 옮긴 지평은 본격적인 몸집 키우기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주니어 변호사들을 최고 인력으로 키워내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M&A자문 그룹도 특화 영역을 넘어 모든 자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력 확충과 로펌 내 협업 시스템을 한층 고도화해 5년 내 톱티어 레벨로 진입한다는 목표다.
◇반박자 빠른 특화 모델 구축, 전문화로 경쟁력 확보
후발주자인 지평은 창립 초반 '벤처전문 로펌'으로 이름을 알렸다.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점차 존재감을 보이다 2005년 당시 국내 M&A 역사상 최대 인수 금액을 기록한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성공적으로 자문하면서 주요 법률 플레이어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여전히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등 1세대 로펌과의 격차는 상당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반박자 빠른 법률 서비스 모델 구축을 추진했고 그 전략은 적중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던 2000년대 중반 국내 로펌 중 가장 일찍 해외 진출을 타진했다. 2007년 중국 상하이와 베트남 호찌민을 시작으로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 현재 7개국 8곳(상하이, 호찌민·하노이, 캄보디아 프놈펜, 라오스 비엔티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얀마 양곤, 러시아 모스크바)에 지사를 두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 구축은 크로스보더 딜을 전담하는 큰 자원이 됐다.
지평은 국내 금융사의 현지 법인 설립 및 인수 자문을 거의 휩쓸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비나은행 합병, 신한은행의 미얀마 은행 라이선스 취득 자문 등을 수행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산업은행의 자카르타 대표사무소 설립, 신한금융투자의 아카펠라고자산운용사 인수 등을 자문했다.
최근에는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 열풍이 불면서 관련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과 네이버가 함께 투자한 현지 1위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과 네이버 등이 투자한 인도네시 신선식품 배송업체 해피프레시 자문을 수행했다. 지평은 동남아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에 맞춰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산업 부문의 전문성을 구축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올해 M&A자문 그룹장을 맡은 이태현 변호사는 새로운 산업 분야에 최고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내부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당장 이 변호사가 오랜 기간 맡아온 바이오헬스케어팀의 팀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에너지, 구조조정 분야 역시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ESG 전담 부서를 만들어 기업들의 트랜스포메이션을 돕고 있다. ESG로 체질을 변화하고 있는 SK케미칼, SK에코플랜트의 M&A, 투자유치 등을 체계적으로 자문하면서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울러 음원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를 초창기부터 자문하며 지배구조, 사업, 투자 등을 전반적으로 조율해, 회사가 신사업을 개척하는데 일조를 했다. 음원 저작권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해당 자문 업무도 늘어나고 있다.
◇'사람 중심', 5년 내 탑티어 서비스 제공 목표
지평은 초창기부터 법률 소송·자문뿐 아니라 공익을 추구하는 경영 철학으로 가치 실현을 꿈꾸는 우수한 인력이 대거 합류했다. 이런 인력이 조직의 허리를 담당하면서 매출 1000억원을 올리는 대형 로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때문에 M&A자문 그룹 역시 '사람 중심'을 핵심 모토로 삼아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M&A자문 그룹은 총 45명의 변호사로 구성돼 있다. 공정거래, 노동 등 개별 그룹으로 승격한 전담팀을 포함하면 70명 가량이다. 인턴십 과정부터 파트너 변호사들이 깊숙히 참여해 우수 인재들을 선별하고 육성해오고 있다. 수평적, 동반적 문화를 실현해 예비 변호사들 사이에서 '일 하기 좋은 로펌'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수평적 문화는 자리배치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올 초 남대문 그랜드센트럴 빌딩으로 터를 옮기면서 창가쪽 자리를 모두 주니어 변호사에게 내줬다. 이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가장 긴 시간 일을 하는 변호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며 "파트너 변호사 대신 주니어 변호사들에게 창가쪽 공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실무급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변호사들이 여럿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오케이미트 매각, 효성캐피탈 인수 등을 자문한 강재영 변호사(연수원 37기)와 뮤직카우를 자문하며 IP(지식재산)에 특화된 서준희 변호사(연수원 39기)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니어급에서는 삼일PwC에서 회계사 경력이 있는 천영석 변호사(변시 6회), 고효정 변호사(변시 5기), 이지혜 변호사(변시 5기), 오유림 변호사(변시 7기) 등이 내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M&A자문 그룹의 최종 목표는 5년 내 국내 톱티어 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지평은 오랫동안 일하기 가장 좋은 로펌"이라며 "이제는 대외적으로 티어2 그룹에서 5년 내 티어1로 도약하기 위해 확장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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