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젠이 주주 소통 강화를 내걸고 SK그룹, 태광그룹에서 CFO를 지낸 유성현 마크로젠 부사장을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영입했다. 그동안 공개 IR 석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CFO에게 주주들과 접점을 넓히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입증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마크로젠은 유 부사장을 영입하며 CFO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전무급 임원이었던 CFO 직위를 부사장으로 격상했다. CFO에 무게감 있는 임원을 배치해 재무조직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유 부사장에게 마크로젠은 새로운 도전 무대다. 그동안 석유·화학기업에서 재무 임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마크로젠은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밀의학 생명공학기업이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유 부사장이 석유·화학업계에서 쌓은 해외자금 관리 경험을 믿고 CFO로 임명했다. 마크로젠은 해외시장을 공략해 매출 규모를 키워갈 방침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1291억원) 중 국내 비중은 50%(652억원), 일본 18%(231억원), 유럽 18%(227억원)다.
유 부사장은 SK그룹에 오래 몸담았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SK그룹에 입사했다. 2011년 SK이노베이션 재무실장으로 임원 생활을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에너지, SK종합화학(현 SK지오센트릭) 감사도 겸직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이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로 있었다. 2012년부터 SK지오센트릭 재무실장으로 파견 근무를 하다가 2016년 SK그룹을 떠났다.
태광산업 재무 임원으로 커리어를 이어갔다. 2016년 관리 담당 상무로 태광산업에 둥지를 텄다. 2019년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관리 담당 임원으로 태광그룹 전체 재무사안을 살폈다. 태광산업이 2대주주로 있던 롯데홈쇼핑 사외이사(2020~2022년)로도 활동했다. 지난 2월 태광산업 임원에서 물러나며 퇴사했다.
유 부사장은 마크로젠에서 재무관리에 치우친 CFO로만 머무를 수 없다. 마크로젠이 유 부사장을 영입하며 주주 소통 강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통상 CFO는 자금 조달, 원가 관리 등 재무 업무뿐만 아니라 IR을 주관하며 경영진과 투자자 사이 가교 역할을 한다.
SK그룹, 태광그룹 재무 임원 시절에는 주주들과 소통 기회가 흔치 않았다. SK그룹은 IR 임원을 따로 두고 있고, 태광산업은 2009년 이후 실적설명회를 열고 있지 않다.
마크로젠은 주주 소통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 소액주주 연대가 주주행동에 나선 이후 달라졌다. 소액주주 연대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지난해 정기주총에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후보 등을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주가 저평가, 체외 분자 진단 제품(Axen BRCA Library Kit) 식약처 의료기기 제조 허가 등록 실패 등을 질책했다. 주주제안은 부결됐지만, 마크로젠 IR 활동이 바뀌는 전환점이 됐다.
마크로젠은 홈페이지를 주주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IR 페이지를 구축해 '주주님께 드리는 글'를 올려 자사주 매입·처분, 현금배당 등 재무적 사안부터 기업설명회 안내 등 비재무적 사안도 설명하고 있다. 기업설명회는 사전 신청을 받아 주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주 신뢰 구축은 서정선 회장이 지배력 약점을 극복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마크로젠 최대주주인 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9.54%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11.32%다. 자력으로 주주총회 특별 결의 안건 통과가 어려운 지배력이다. 주요 주주로는 국민연금(5.6%)이 있다. 소액주주 지분은 69.41%다.
유 부사장은 CFO로 주주들과 소통을 책임지는 위치에 선다. 마크로젠은 기업설명회를 정례화해두고 있진 않다. 2009~2012년 연 1회 기업설명회를 열다가 이후 비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0년 기업설명회를 열었다가 지난해에는 건너뛰고 지난 2월 다시 열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추후 IR 활동을 더 강화하려 한다"며 "유 부사장이 IR에도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