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어느 성장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업무 우선순위는 달라진다. 상장을 준비한다면 기업가치를 높게 받기 위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할 테고, 상장 이후라면 대규모 공모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투자자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는 게 먼저일 테다. 확장 국면에 있다면 자금 조달이 우선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주목되는 기업과 CFO는 올해 상장 2년차에 접어든 솔루엠과 송상호 전무다. 2015년 삼성전기 디지털모듈(DM)사업부에서 분사한 솔루엠은 지난해 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설립한 지 6년 만의 결실이었다. 전 세계 전자가격표시기(ESL) 시장 점유율 3위라는 경쟁력에 풍부한 시장 유동성이 더해져 수요예측 결과도 흥행이었다.
바로 여기까지는 신춘범 전 경영지원실장의 임무였다. 1964년 8월생으로 광천상고(현 충남드론항공고)를 졸업한 신 전 실장은 삼성전기 DM사업지원팀장 출신이다. 2015년 초 삼성전기가 솔루엠 분사를 위한 'M프로젝트'를 추진했을 때부터 함께 했을 만큼 충성도 높은 CFO였다. 그는 상장 미션을 완수하고 2021년 7월 물러났다.
신 전 실장과 배턴 터치한 인물은 송상호 현 경영지원실장(전무)이다. 송 실장은 삼성전기 출신이 아닌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1970년 4월생으로 삼정회계법인과 씨에스윈드, 대양금속, ㈜지슨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근무했다. 씨에스윈드와 대양금속에선 CFO로 근무한 경력자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송 실장은 씨에스윈드가 상장하기 전에 CFO로 재직했다. 비상장사와 상장사(대양금속) CFO를 모두 경험한 이력은 비상장사에서 상장사로 막 탈바꿈한 솔루엠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그의 이력 가운데 평가가 엇갈리는 대목도 있다. 2013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대양금속 CFO로 근무한 시기다.
당시 그는 대양금속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위해 영입됐는데 그가 재무 부문을 총괄하는 동안 재무구조는 뒷걸음질 쳤다. CFO로 선임되기 직적인 2013년 6월 말 172.1%였던 유동비율은 퇴임 전인 2015년 6월 말 55.3%로 떨어졌고, 부채비율은 420.5%에서 자본잠식으로 악화했다. 2016년을 목표로 했던 조기졸업에도 실패했다.
이를 고려하면 송 실장 개인에게 솔루엠 경영지원실장 자리는 CFO로서 본인 경쟁력을 재입증할 기회이다. 대양금속과 달리 솔루엠은 매출과 자산이 꾸준히 증가하는 성장 기업이자, 유망 산업인 ESL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동기부여가 잘 된 기업이다. 그는 과거보다 더 나은 조건에서 CFO 업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단 지난해 상장으로 솔루엠 성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주주와 투자자들이 증가한 만큼 이들과의 소통 업무(IR)가 송 실장의 핵심 임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전임자인 신 전 실장의 업무 영역과 다른 점이다. 솔루엠은 송 실장 영입 후 약 3개월 만인 10월에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 유치 목적의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기업설명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솔루엠은 회사가 현재 '도약기'에 있다고 규정했다. 베트남에 집중됐던 해외 생산 기지를 인도와 멕시코 등으로 확장하고 수주 실적도 가시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사업·신시장 진출 전략도 전했다. 투자자 소통을 통한 원활한 자금 조달이 송 실장의 임무로 읽히는 부분이다.
솔루엠 관계자는 "송 실장은 현재 해외 생산 법인을 방문하기 위해 멕시코로 출국했다"며 "CFO 역할 외에 인사와 기획 등 회사 경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맡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임자인 신 전 실장은 비상근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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