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주총회 시즌에서 국내 자산운용사가 단행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분석한 결과 4대 금융지주의 안건에 반대 의사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이 모두 반대 의안이 많았던 상위사에 포진했다.
무엇보다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진용을 구축하는 의안에서 운용업계의 거부 의사에 부딪혔다. 경영의 구심점인 이사를 선정하는 잣대를 놓고 내부 추천위원회와 선관의무를 중시하는 운용사의 이견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줄줄이 반대표'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2021년 4월초~2022년 3월말) 주주총회에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의안에 운용사의 반대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운용업계가 의결권을 행사한 353개 법인 가운데 안건 반대가 많았던 최상위권에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셀트리온 △에스엠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천보 △삼성바이오로직스 △우리금융지주 △하이브 등이 반대표가 몰린 대표적 기업들이다.
KB금융지주의 경우 흥국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등에서 반대한 의안을 합산한 수치가 총 37개로 집계됐다. 다만 이 금융지주의 주총에서는 사측이 아닌 주주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건도 상정됐다. 이 안건에 대한 반대 의사가 9개에 달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대표적 반대 안건은 사외이사 후보 3인(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선임의 건 등이다. 이들 후보자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로도 추천을 받아 역시 운용사의 반대 의사에 부딪혔다. 과거 이사회 재임기간 중 자회사인 KB증권이 금융 당국에서 라임펀드 관련 제재를 받은 만큼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KB금융지주의 추천위원회는 강도 높게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는 운용사와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선우석호 후보의 경우 사외이사로 재임 중 이사회 의장을 2년 간 맡으면서 경륜과 리더십을 통해 이사회를 원활하게 이끈 것으로 평가했다.
◇운용사 스튜어드십코드, 과거 임기시 감독의무 준수 '초점'
하나금융지주(34개)와 신한금융지주(29개)의 사정도 비슷하다. 하나금융지주는 4인의 사외이사 후보(백태승, 김홍진, 허윤,이정원) 선임의 건 등을 두고 한국투자신탁운용,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다올자산운용 등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들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에 반대한 운용사의 거부 이유도 KB금융지주 사례와 대동소이하다. 옵티머스펀드와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등 굵직한 이슈를 거치는 과정에서 후보자가 재직기간 동안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추천위원회에서는 백태승 후보를 이사회 결의사항의 적법성 확인과 경영사항의 해결방안 제시 등으로 기여한 인사로 평가한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 후보 5인(박안순, 변양호, 성재호, 이윤재, 허용학) 선임의 건 등이 문제시됐다. NH아문디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베어링자산운용, 교보악사운용 등에서 줄줄이 반대표를 던졌다. 역시 라임펀드와 부정 채용 이벤트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 재선임 안건을 거부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장동우, 노성태, 박상용 사외이사 후보 선임의 건에 반대표가 몰렸다. 금융 당국에서 해외금리연계 DLF에 대한 제재를 받은 만큼 이들 후보자의 감시 의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아 결격 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반대 의사를 밝힌 운용사는 신한자산운용, 흥국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