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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의결권 톺아보기

중소형사 반란…삼성전자·SK하이닉스 향한 일갈

③이사회 멤버·스톡옵션 등에 불만…영향력은 미미

윤기쁨 기자  2022-05-20 09:33:38

편집자주

스튜어드십 코드는 피투자 기업의 성장과 수익자의 이익 증진을 위해 수탁자가 책임져야하는 의무다. 다수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200여개 운용사들은 같은 안건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며 의결권을 행사했다. 더벨은 이들의 주주 활동을 점검해보고 기업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 소수의 중소형사들이 반대표를 던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주주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일부 이사 선임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더벨이 올해(2021년 4월초~2022년 4월말)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일수록 행사 건수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상장해 공모주 펀드에 다수 담긴 카카오페이(926건)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823건, 492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는 69개사, SK하이닉스는 55개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했다. 운용사들은 대부분 양사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찬성했지만 일부는 주주이익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대표를 행사한 곳은 주로 중소형사로, 낮은 지분율로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지만 소신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번 삼성전자 주주총회 안건에는 △경계현·노태문·박학규·이정배 사내이사 선임 △김한조·김종훈 감사 선임 등이 올라왔다. 두드러진 반대표는 경계현 DS부문장, 노태문 MX사업부장, 김한조 전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 후보에서 나왔다. 다만 안건에 올라온 후보들은 원안이 가결되면서 이사회에 합류하게 됐다.

의결권을 행사한 69사 중 6곳은 베어링자산운용,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페트라자산운용, 한앤파트너스자산운용이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S22 성능 논란과, 부진한 스마트폰 실적, 반도체 파운드리 고객사 이탈, 이재용 부회장의 유죄 판결 관련 감시 의무 소홀 등을 짚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22를 출시하면서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을 겪었다. GOS는 발열을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폰 성능을 제한하는 소프트웨어다. 그러나 기기 자체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문제가 됐다.

업데이트를 통해 GOS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이전부터 제기돼온 스마트폰 발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GOS로 기능을 조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성능’으로 홍보했다는 점도 소비자 불만을 샀다.

메리츠운용은 “노태문 후보의 현 직위 재직(MX사업부) 중 해당 부문에서 생산된 제품(갤럭시S22)의 과대 홍보로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 사실이 적발됐다”는 의견을 제시헀다.

반도체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였던 퀄컴·엔비디아의 이탈 관련해서는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이 “경계현 이사(반도체부문장)는 기업가치 훼손 이력으로 인해 당사 가이드라인상 사내이사로서 적격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외에도 베어링자산운용은 “김한조, 김종훈 후보는 이재용 회장, 이상훈 의장과 함께 이사회 일원이었다”며 “(이재용 회장은) 재판 결과로 이사회에 물리적으로 출석이 어려웠고, (감사위원들은 출석률 미달 등을 근거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이재용, 이상훈 이사를 해임시키지 못했기에 책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55개사 중 3곳이 특정 안건을 부정적으로 바라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은 ‘주식매수선택권 부여’를 공통적으로 반대했다.

주식매수선택권은 부여 시점에 스톡옵션 개수와 가격 등이 확정되기 때문에 향후 주가 흐름과 상관없이 고정된 가격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에 행사자는 경영 성과나 실적 기여도와는 무관하게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래에셋운용과 한국밸류운용은 공통적으로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요건이 경영 실적과 연계성이 없고, 매도제한 기간 등이 없어 장기적 성과와 무관하게 행사될 수 있다”며 “부여대상자는 이미 회사에 재직 중인 자들로서 우수인재를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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