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매출원가율을 10%포인트 이상 떨어뜨리며 수익성을 크게 높였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원가를 매출로 나눈 수치다. 삼양식품의 매출원가율(56%)은 경쟁사 농심(71%), 오뚜기(82%)와 비교하면 두드러지게 낮다. 올해 K-라면 수출 확대에 힘입은 압도적인 매출성장세가 원재료비 등의 매출원가 증가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올해 2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식품업계 유일한 수준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 육박하는 수출 중심 사업구조 덕분에 원재료비 부담 완화와 고환율 흐름이 이익률 상승을 뒷받침했다.
◇매출 급증 효과, 매출원가율 56%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1조2492억원, 영업이익 256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44%, 130% 급증했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은 20.6%로 지난해 동기(12.8%)보다 7.8%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원가율이 크게 하락한 덕분에 고수익을 달성했다. 올해 3분기 매출원가율은 56.2%로 지난해 동기(66.7%)보다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매출원가 증가보다 매출액 상승 속도가 더 가팔랐다. 매출이 44% 증가할 때 매출원가는 22% 늘었다.
급격한 매출 증가는 K-라면 열풍에서 비롯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한국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30% 증가한 10억2000만달러(한화 약 1조46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라면 연간 수출액 9억5200만달러(1조3700억원)를 10개월 만에 상회했다.
삼양식품은 K-라면 수출의 선두에 있다. 지난달 식품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탑'을 받았다. 기준 기간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로 수출실적은 7억달러(약 9911억원)다. 연간 기준 수출의 경우 2016년 930억원에서 지난해 8093억원으로 7년 만에 9배로 불었다.
매출 급증 속에 매출원가를 이루는 원재료 가격 흐름도 삼양식품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라면 원재료인 맥분의 kg당 가격은 지난해 3분기까지 897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786원으로 내려갔다. 감자전분과 유지 가격도 떨어졌다. 매출이 급증하면서도 원재료 부담은 줄어든 셈이다.
3분기까지 삼양식품 매출의 78%는 수출에서 발생했다. 원재료를 수입해 원주·밀양을 비롯한 국내 공장에서 라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원재료를 비싸게 국내에 들여와도 수출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사업구조다. 올해 지난해 대비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수익 구조는 더 탄탄해졌다.
여기에 올해 내내 1300원을 웃돈 고환율 효과도 더해졌다. 수출 중심의 사업구조에 날개를 단 요인이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변수가 일정할 경우 원화 환율이 10% 오르면 세후 이익은 61억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 대비 매출원가율 낮아, 식품업계 압도적 수익성 라면 경쟁사와 비교하면 삼양식품의 매출원가율(56.2%)은 두드러진다. 농심과 오뚜기의 해당 수치는 올해 3분기까지 71.4%, 82.1%에 달했다. 농심은 내수 비중이 60%가량으로 삼양식품보다 국내 사업 의존도가 큰 편이다. 이는 원재료 가격 변화에 더 취약하다는 뜻이다.
오뚜기의 경우 라면 이외에 카레, 3분류, 케첩, 소스, 마요네스, 드레싱, 식초, 잼, 물엿, 냉동식품 등 취급하는 품목이 다양하다. 상품 매입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로 매출원가율이 높다.
삼양식품은 매출 급증과 원가율 하락 속에 비용을 일부 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관리비율은 소폭 상승했으나 2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광고비가 대표적이다. 판관비에서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3분기까지 12.8%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에는 14.0%였다.
식품업계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흔한 일이 아니다. 해외사업 비중이 큰 오리온이 3분기 누적 기준 17.1%를 달성했을 뿐 대부분의 식품사는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마저도 5% 미만의 이익률을 기록하는 기업도 많은 편이다.
식품업계 대장주 CJ제일제당의 경우 5.7%의 이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매출원가율 84.3%의 SPC삼립 이익률은 2.6%에 불과하고 풀무원식품의 경우 1.8%다. 종합식품기업인 대상과 동원F&B는 4%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