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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전략적으로 분할을 결정한다.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방식으로 나뉜다. 각기 분할 의도나 목적은 제각각이나 기업 성장이라는 장기 방향성은 동일하다. 가치 재평가, 재무 융통성 확대, 사업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후속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하나였던 몸체가 둘로 나뉘는 만큼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지난 3년간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사 100여 곳 이상이 분할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이 당초 도모했던 기대 효과가 실현되고 있는지 THE CFO가 이들의 밸류 및 재무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올해로 지주사 체제 전환 2년차를 맞았다. 지주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주축으로 산하 계열 법인들이 일제히 배치된 그림이다. 계열사 지분 확충, 자회사 정리 등 최근까지도 후속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실시하며 지주사 체계 정교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는 지배력을 크게 키웠다. 현대지에프홀딩스에 대한 공고한 지배력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산하 자회사 경영에 주효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배주주 3세 경영 구도 역시 보다 뚜렷해졌다.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며 선두로 나섰다.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그룹 후대 경영의 기틀이 마련된 모습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통한 수직지배 체계를 완성했다. 올 3분기 말 현대지에프홀딩스 산하에 10개 주요 계열 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근래 종속기업이 늘면서 외형도 크게 확대됐다. 동 기간 연결 자산총액은 지난해 인적분할 직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9조7700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 확보 작업은 지난해 하반기 지주 체제 구축과 함께 본격화됐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당해 9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 그룹 내 주요 계열사 2곳을 산하 법인으로 배치했다. 앞서 현대지에프홀딩스로부터 분할 신설된 급식 및 식자재 유통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백화점' 등이다. 올 3분기 말 이 회사에 대해 각각 38.1%, 30% 지분을 확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보유 요건을 충족했다.
이는 대주주 일가 지배력 확보 단초가 됐다. 해당 과정을 거치며 대주주 지분율이 크게 뛰어오른 덕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말 지주사에 대한 최대주주 지분율은 77.1%를 기록했다. 당해 초와 비교해 2배 이상 상승했다.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대주주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과 지주사 신주를 교환한 결과 이러한 변화가 따랐다.
동시에 장남 승계 구도 또한 보다 뚜렷해졌다. 이번 현대지에프홀딩스 유상증자를 거치며 정몽근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 지주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주 체제 전환 이전엔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 대비 현대지에프홀딩스(구 현대그린푸드) 지분이 약 11%포인트 낮았으나 현재 상황은 역전됐다. 지난해에만 단일 지분율은 25.3%포인트 상승해 지배주주 지위를 온전히 확보했다.
이는 정지선 회장이 현물출자 주식을 현대백화점으로만 구성한 영향이다. 현대백화점 주당 현물출자 가격과 현대지에프홀딩스 주당 신주 발행가액 간 차이가 컸던 까닭에 상대적으로 지주사 신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현물출자 주식을 전량 현대그린푸드로 구성한 정교선 부회장 대비 더 많은 신주를 가져갈 수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신주 교환 비율에도 잘 나타난다. 앞서 현물출자 유상증자에서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신주 교환 비율은 각각 14.9, 3.7로 설정됐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각자 현물출자한 주식 수에 동 교환비율을 곱한 신주를 부여받았다.
지주체계 구축 후속 작업은 최근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계열사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등 공정법상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이다.
일례로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 4월 현대백화점으로부터 '현대홈쇼핑' 지분 101만5148주를 650여억원에 추가 취득했다. 이를 통해 지분율을 50.01%로 만들었다. 지주사 상장 자회사 지분율 보유 요건이 30%인데 반해 작년 말 현대홈쇼핑 보유분이 25%에 그쳤던 까닭이다. 후속 지분 취득을 통한 법령 충족에 나선 모습이다.
사업 조직 정리를 통해 유동성을 새롭게 보충하기도 했다. 올해 시스템 통합 관리 자회사 '
현대아이티앤이' 지분 전량을 관계사인 유성방송사업체 '현대퓨처넷'에 넘겼다. 기존에 지분을 95% 보유하며 한 몸처럼 영위하던 사업부를 관계사 아래 배치시켰다. 이러한 재편 작업 결과 520억원을 신규 수혈하며 가용 현금을 늘리는 효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