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2024 이사회 평가

새 출범한 현대그린푸드, 이사회 개선시스템 '우등생'

6개지표 모두 평점 3점 상회해 선전…'평가개선프로세스' 4.7점으로 최고점

고진영 기자  2024-11-28 07:56:34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인적분할을 거쳐 새로 출범한 곳이다. 그룹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나뉘어 떨어져나왔다. 자산규모가 이사회 관련 규제범위 밖으로 줄어든 배경이다. 하지만 축소된 덩치에도 불구 이사회 운영은 여전히 선진적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THE CFO가 상장사들을 상대로 진행한 이사회 평가에서 현대그린푸드는 모든 지표가 평점 3점을 웃돌았다. 규모를 감안하면 드물게 좋은 성적이다. 특히 이사회에 대한 평가개선프로세스 지표에서 눈에 띄게 고득점했다.

◇'체계적' 자체 평가, 점수도 공시…분할 전 영향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현대그린푸드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71점으로 산출됐다.


가장 좋은 평점을 받은 지표는 '평가개선프로세스'다. 총점은 35점 만점에 33점, 평점은 5점 만점에 4.7점을 받았다. 상장사지만 별도 자산규모가 2조원 밑인 93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규제가 엄격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꼽히게 선전했다.

현대그린푸드가 '평가개선프로세스'에서 고득점한 것은 이사회 평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 2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사회 평가와 사외이사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그 뒤 이사회, 사외이사의 2023년 활동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이사회에 보고를 마쳤다.

앞으로도 현대그린푸드는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평가절차를 정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평가 시점은 사업연도 종료 뒤, 정기주주총회 개최 이전으로 한다. 이사회 지원 담당부서인 경영관리팀이 평가결과 종합과 보고를 담당하며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공시하고 있다. 분할 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사회를 진단하고 결과를 공개했는데 그 영향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진행한 이사회 평가의 경우 △이사회 역할과 책임(5문항) △이사회 구조(8문항) △이사회 운영(9문항) △이사회 내 위원회(11문항) △평가 및 반영(3문항) 등으로 이뤄졌으며 점수는 각각 △4.74점 △3.97점 △4.50점 4.42점 △4.11점 등 총 4.36점으로 집계됐다. 이사회 구성원이 문항별로 각자 점수를 매긴다.


또 개별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는 △성실성(7문항) △경영 및 윤리의식(7문항) △리더십 및 주인의식(5문항) 등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평가 결과에 따라 사외이사 보수 산정에 차등을 두지는 않는다”며 “사외이사는 특별히 외부의 입장에서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평가로 인해 대우에 차등이 생긴다면 업무 집행이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개 지표 가운데 '경영성과'의 경우 채점이 불가능한 항목이 많았다. 현대그린푸드가 지난해 3월 현대지에프홀딩스(분할존속)와 현대그린푸드(분할신설)로 인적분할 후 재상장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 매출, 영업이익 성장률이나 주가수익률 등을 계산할 수 없어 전체 총점을 낮춘 요소로 작용했다.

이를 제외하고 채점한 '경영성과' 점수는 총점 55점에 31점, 평점은 5점 만점에 4.4점이 나왔다. 누락된 항목이 많아 총점은 적지만 평점은 높게 매겨졌다. 차입금이 거의 없이 출범한 만큼 재무건전성 관련 항목에서 전부 최고점을 받은 덕분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작년 말 기준 순현금 상태로 부채비율 역시 40%에 불과했다.

◇5개 위원회 자발적인 설치 운영…약점은 '다양성'

이밖에 나머지 4개 지표에서도 현대그린푸드는 모두 3점 이상의 양호한 평점을 얻었다. △정보접근성 3.5점 △견제기능 3.4점 △구성 3.3점 △참여도 3.1점 등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자산규모상 기업지배구조를 작성한 의무가 없는데도 공시를 통해 공개하고 있어서 ‘정보접근성’ 지표의 전반적인 가점 요인이 됐다.

'견제기능' 지표의 경우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 영향을 줬다. 현대그린푸드는 작년 11월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제정을 결의하고 운영 중이다. 정책은 경영승계 유형과 선임 절차, 후보 요건과 후보군 관리 등의 항목으로 구성됐다.

최고경영자 후보 요건을 보면 계열회사 혹은 관련 업계에서 최소 임원 이상의 직급을 수행했을 것, 경력이 10년을 넘은 자로서 관련 전문성과 지식을 갖췄을 것 등이 있다. 회사 목표나 업무에 대한 전략,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진행한다.

또 ‘구성’ 측면에서는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ESG경영위원회 등 5개 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을 모두 사외이사로 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다만 이사회 의장을 박홍진 대표이사가 겸직하고 있고 사외이사 비중이 이사진의 과반에 못 미친다는 부분은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그린푸드 이사회는 총 7인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중 3명이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이사회 멤버가 모두 남성이고, 사외이사 중 타기업에서 종사한 자가 없다는 점에서도 점수가 깎였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사추위에서는 성별에 상관없이 이사회 구성에 적절한 후보자를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하고 있고 이사회가 동일한 성으로 구성된 것은 이런 과정의 결과일 뿐"이라며 "앞으로 다양성 측면에서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