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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박문희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최선의 선택은 '안정'

장기차입구조 구축해 자금 변동성 최소화…김정일 대표와 저변 확대 '드라이브'

김소라 기자  2024-12-11 15:30:01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코오롱 그룹의 건설 계열사 '코오롱글로벌'은 당해 재무라인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022년 초 부임한 최고재무책임자(CFO) 박문희 부사장 체제에 별도 변화를 주지 않았다. 박 부사장은 부임 후 레고랜드 사태,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굵직한 업계 이슈와 맞닥뜨리며 재무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중책을 도맡았다.

박 부사장은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안정성에 초점을 둔 차입 전략을 묵묵히 견지했다. 차입 만기를 최소 1년 이상으로 대부분 전환해 재무 조직이 상환 업무에 과도히 매몰되지 않도록 했다. 최근 산업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 만큼 상환 대응에 여유가 있는 것이 낫다고 봤다. 부채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시도도 계속해서 타진 중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주요 재무 인원을 기존과 같이 유지했다. 전략기획본부장이자 CFO 역할을 하는 박문희 부사장을 필두로 아래 재무, 회계 등 여러 유관 조직을 배치한 형태다. 박 부사장은 현재 이사회 구성원으로 재무 등 경영 주요 의사 결정에도 밀접히 관여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코오롱 '그룹통'으로 꼽힌다. 서울대학교 법대 졸업 후 그룹에 공채 입사해 근속하고 있다. 20여년 이상 몸 담으며 그룹 내 여러 계열사를 거쳤다. 지주 코오롱을 비롯해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생명과학, 그린나래 등 상장·비상장법인에 두루 재직했다. 2020년엔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2022년 1월 현재의 코오롱글로벌 CFO로 자리를 옮겨 건설부문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박 부사장 취임 후 코오롱글로벌 차입 구조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단기 차입을 최소화하고 장기 차입으로 부채를 대부분 전환했다. 박 부사장 취임 당해 연결 단기 차입금은 전년대비 80% 가까이 감소한 440억원을 기록했다. 동 기간 장기 차입금도 줄었으나 당기 차입분 대비 감소폭이 미미했다. 연결 기준 14% 가량 감소한 2550억원으로 집계된다.

최근 몇 년간 세부 차입금 변화 추이를 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22년을 기점으로 코오롱글로벌 장기 차입금은 매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단기 차입금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장·단기 차입금 간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는 모양새다. 만기를 상대적으로 길게 잡아 상환 일정 관리에 따른 부담을 낮추고 금리 변동으로 인한 변동성을 최소화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올초 은행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충해뒀다"며 "차입 구조도 재무 안정성을 위해 기존 단기 구조를 장기로 대부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는 코오롱글로벌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기존 주택 시공 외 산업건설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며 프로젝트 수주분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산업건설의 경우 주택 대비 준·착공 시일이 상대적으로 빠르다 보니 평시에 유동성을 보충해 두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2022년 초 박 부사장과 함께 김정일 신임 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코오롱글로벌의 이러한 사업·재무 전략 변화가 본격화됐다.

동시에 레버리지 수치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만큼 이를 안정화하기 위한 방안을 타진 중이다. 박 부사장은 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산 매각을 택했다.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스포렉스 토지 및 건물 일체를 이달 중순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양도할 계획이다. 거래 대금은 4300억원이다. 동 거래가 완료되면 4분기 말 연결 부채비율은 현재 500% 수준에서 300%대로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평상시 부채비율은 타 산업군 대비 높게 잡히는 편"이라며 "앞서 코로나 시기 기수주한 원가율이 높았던 현장들도 내년도 하반기 경 거의 해소되는 일정이기 때문에 재무구조는 차츰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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