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박순철 전 지원팀장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했다. 삼성전자의 CFO는 최근 15년간 사장급이 맡아 왔는데 박 부사장의 선임으로 직급이 낮아지게 됐다.
다만 과거에도 삼성전자가 CFO를 사장 미만 직급 체제를 단기간만 유지했다는 점에서 향후 박 부사장의 승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울러 재무부서에 이해도가 높으면서 전임자인 박학규 사장이 미니 컨트롤타워에 합류해 재무라인의 영향력을 보강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순철 부사장, 2009년 이후 첫 사장 미만 직급 CFO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주 조직개편에서 신임 CFO로 박 부사장을 선임했다. 박 부사장은 미래전략실(미전실)과 사업지원TF를 거친 재무통이다. 사업지원TF로 발령을 받은 박학규 사장의 뒤를 이어 중책을 맡게 됐다.
박 부사장이 새로운 곳간지기로 임명되면서 삼성전자 재무부서는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CFO는 2009년 이후로 줄곧 사장 직급이 담당했다. 약 15년 만에 사장보다 낮은 직급으로 내려간 셈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1월 재무, 전략, 기획 등을 담당하던 경영지원총괄본부를 해체했다. 경영지원총괄본부장은 CFO였는데 보직이 사라졌다. 그 시기는 삼성전자가 사법리스크를 겪던 때로 미전실이 사라지는 우여곡절이 발생했다.
당시 경영지원총괄본부장을 맡던 최도석 전 사장은 삼성카드 사장으로 이동했다. 삼성전자의 재무 업무는 이선종 전 경영지원팀장(당시 전무)이 맡았다. 사실상 CFO 직급이 두계단 하락한 셈이었다.
하지만 약 1년 만인 같은 해 12월 15일 사장단 인사에서 윤주화 전 감사팀장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에 임명되면서 사실상 CFO 역할을 맡게 됐다. 그 시점에 김순택 전 부회장이 이끄는 신사업추진단이 만들어지면서 컨트롤타워 재구축 채비도 했다.
그 후로는 줄곧 사장급이 CFO를 맡았다. 윤 전 사장 다음으로는 이상훈 전 사장, 노희찬 전 사장, 최윤호 전 사장(현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박 사장 순으로 CFO를 역임했다.
과거 CFO가 사장보다 낮은 직급이던 시간이 짧았던 만큼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지 주목된다, 박 부사장이 사장 직급이 아닌 상태에서 CFO가 되기는 했지만 향후 비정기 인사나 내년 정기인사에서 승진하는 방안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 역시 미전실과 사업지원TF 등을 거치며 최고위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욱 재경팀장 유임, 안정 속 변화 추진…박학규 사장 역할 주목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재무라인의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박 사장이 사업지원TF로 가면서 연쇄적인 변화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기존에 실력이 검증된 경영진을 활용해 포메이션을 재구성했다.
우선 박 부사장의 뒤를 이어 요직 중 하나인 지원팀장을 맡을 임원으로는 이학민 사업지원TF 부사장을 임명했다. 그는 글로벌지원팀, 네트워크 지원팀 등을 거치며 역량을 쌓았다.
CFO 휘하의 핵심 보직인 재경팀장은 김동욱 부사장이 유임됐다. 김 부사장은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 재경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최근 반도체사업 부진에도 우량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
전임 CFO인 박 사장이 사업지원TF 합류해 재무부서의 영향력을 보강해 줄 수 있기도 하다. 박 사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 사업지원TF장으로도 거론됐을 만큼 삼성전자의 핵심 경영진으로 꼽힌다.
다른 관전포인트는 박 부사장의 이사회 진입이다. 박 사장뿐 아니라 전임 CFO도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했다. 후임 CFO인 박 부사장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수도 있지만 조직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박 사장이 역할을 하는 방안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