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의 믿을 만한 자회사 중 하나로 항상 꼽히는 곳이 동원로엑스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자랑하는 데다 재무건전성도 양호해 동원산업의 배당수익원으로서도 활용도가 높다.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과 투자지분을 고려하면 차입여력도 충분하다. 지난해 HMM 인수전에서 동원그룹이 인수주체로 동원로엑스를 내세울 수 있었던 이유다.
동원로엑스의 전신은 동부익스프레스다. 2017년 2월 동원산업이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4162억원에 인수했다. 동원산업의 주력인 원양어업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동원산업은 인수자금 충당을 위해 동부익스프레스 주식 일부를 담보로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210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동부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을 동원로엑스로 바꾼 것은 2019년이다. 애초 동원산업은 동원로엑스라는 이름의 물류창고 운영 자회사(지분율 85%)를 보유하고 있었다. 동부익스프레스를 동원로엑스로 바꾸면서 기존 동원로엑스는 동원로엑스냉장으로 바꿨다.
동원로엑스가 최근 다시 조명받은 것은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HMM 인수전에서다. 물류사업 확장을 노리던 동원그룹이 HMM 경영권 지분 합산 57.9%에 대한 인수 주체로 그룹 내 물류 계열사인 동원로엑스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동원그룹은 8월 예비입찰에 이어 11월 본입찰에도 참여할 만큼 HMM 인수에 열의를 보였다.
HMM 인수전에 시장의 관심이 컸던 한 가지 이유는 '몸값' 때문이었다. 당시 동원로엑스는 고배를 마셨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 계열 물류회사 팬오션과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매각 대상 지분 인수가격으로 6조4000억원을 적어냈을 정도다.
동원그룹이 HMM 인수전 본입찰에 참여한 것도 그만큼 인수자금 조달을 자신했기 때문이다. 당시 동원그룹은 동원로엑스에 대한 유상증자, 동원로엑스의 전환사채(CB) 발행,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적어냈다.
동원로엑스가 HMM 인수자금을 자체 마련할 만큼 현금여력이 충분한 것은 아니었다. 유상증자 등을 통한 모회사 동원산업으로부터의 자금 유입이 꾸준히 제기됐던 이유다. 동원로엑스는 현금창출력의 근간이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2년 608억원, 지난해 661억원 등 최근 5년(2019~2023년) 평균 530억원이었다. 꾸준히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이어오고 있지만 HMM 경영권 지분 인수를 추진할 당시인 2021년말 현금성자산은 331억원으로 넉넉한 편은 아니었으며 지난해말로 봐도 935억원이다.
하지만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던 HMM 인수를 배제하면 동원로엑스는 동원산업의 믿을 만한 자회사다. 현금창출력이 안정적인 데다 지난해말 기준 자산총계 8848억원 중 현금성자산이 10.6%(935억원)로 여유가 있다. 동원로엑스가 스타키스트(StarKist)와 함께 동원산업 배당수익원의 한 축으로 떠오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동원로엑스는 2022년(지급일 기준) 300억원, 지난해 27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스타키스트가 2022년 241억원, 지난해 264억원을 지급했으므로 동원로엑스의 기여도가 더 컸다. 다만 동원로엑스는 올해 3분기 누적으로 동원산업에 배당금을 지급하지는 않았다.
동원로엑스는 지난해말 부채비율이 92.3%로 100%에 미치지 못한다. 부채비율만 보면 유사시 추가 차입여력이 충분하다. 동원로엑스가 차입을 늘릴 수 있는 힘은 유형자산에서 나온다. 지난해말 기준 동원로엑스가 차입금 일부인 658억원에 대해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토지, 건물, 기계장치를 포함한 유형자산의 장부금액은 1089억원이다. 지난해말 동원로엑스 자산총계(8848억원) 중 유형자산은 18.7%인 1654억원이었다.
유형자산 외에도 담보로 이용할 수 있는 자산은 또 있다. 지난해말 기준 자산총계의 9.2%(815억원)를 차지하고 있는 종속·관계·공동기업 등 자회사 지분이다. 동원로엑스인천(550억원), 동화(78억원), 동원티엘에스(56억원), 인천내항부두운영(54억원)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현재 담보로 제공한 자회사 지분은 없다.